[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한푼이라도 더 예산을 아껴보려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유사기능의 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작업은 경제적 논리로만 밀어부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인천영어마을에 지원하던 예산을 줄이고 자부담 비용을 인상키로 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행정자치부로부터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으로 지정될 만큼 재정난이 심각한 사오항이다. 인천시의 예산 대비 채부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 39.9%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가장 높으며 재정위기단체 ‘심각’(40% 이상)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는 부채감축과 함께 강도높은 세출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그동안 부실·방만 운영으로 인천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됐던 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시는 우선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통폐합 또는 기능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행자부가 발표한 ‘1단계 지방공기업 구조개혁방안’에도 포함돼있다.
시는 인천발전연구원·인천문화재단·강화고려역사재단 등 연구 분야 3개 기관에 대해 정밀 진단을 거쳐 통폐합하기로 했다. 또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인천신용보증재단·인천테크노파크·인천정보산업진흥원 등 경제 분야 4개 기관도 같은 방식으로 통폐합이 추진된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선 기관별 고유 기능을 무시한 채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만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대 여론도 일고 있다.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의 경우 인천발전연구원과 성격과 기능이 전혀 다른데도 ‘연구’기관으로 묶어 통폐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관계기관의 입장이다.
특히 지역의 문화영역을 대표하는 컨트롤타워 같은 문화재단을 연구원과 합친 사례가 없는데다, 오히려 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이 더 강화되는 추세에서 2개 기관과의 통폐합은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또 인천신용보증재단 등 경제 기관이 통폐합되면 정부 지원사업 혜택을 받는 기업들의 피해도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2011년 기준으로 지역 출자·출연기관이 받는 예산 5140억원 중 96%는 정부 지원금이고 시 지원 예산은 4%뿐”이라며 “4%의 시 예산 절감을 위해 96%의 정부지원금을 포기하면 결국 정부 지원금이 줄어 지역 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에 위탁 운영중인 인천영어마을의 자부담 비용 인상을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시는 영어마을의 4박5일 체험프로그램과 관련해 매년 30억6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왔으나 재정부담이 커 내년부터는 지원금을 줄일 방침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38만원으로, 이중 26만원을 시가 지원하고 있어 학부모들은 12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시는 자부담 비용을 7만원 인상할 계획으로 내년부터는 학부모 부담이 19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는 지난 2006년 영어마을 개원 이후 10년 동안 자부담 비용을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며 인천시 재정상황을 고려해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인상폭이 너무 큰데다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시가 영어 교육비 지원금을 줄이는 건 이해가 안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영어마을의 교육복지적 성격을 감안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선 자부담 비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상폭은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어마을은 인천시를 비롯해 서울, 경기도, 부산, 대구, 경북 등 6개 시·도에서 8곳이 운영되고 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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