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모처럼 방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된면서 김정은의 '은둔정치' 기간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여사에게 친서를 보내 직접 평양으로 초청했던 김 제1위원장은 정작 이 여사의 방북기간에 단 한차례로 이 여사를 만나지 않았을뿐더라 친서도 전달하지 않았다.
이 여사를 영접한 북한 인사는 우리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맹경일 노동당 부부장이었다. 그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평양순안공항과 오·만찬장에서 이 여사를 영접했다.
이에 대해 정상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위원장이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 초청해 환대하면서도 이희호 여사를 평양에 초청하고도 만나지 않은 것은 그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력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2013년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방북 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지난 5월 러시아의 전승절 행상에도 초청받았으나 불참한 바 있다.
정 실장은 "김일성 사망 6년후에야 본격적으로 정상외교에 나선 김정일의 전례를 따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같은 행보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 여사의 방북 수행단 관계자는 지난 8일 귀환하면서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을 북측과 논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국내의 기대와 달리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행했을 뿐, 애초 이 여사와 김 제1위원장이 면담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북측이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귀뜸했다.
이 여사의 방북때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경색된 남북관계에 해빙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았던 당초 기대가 무너진데다 남북한간 관계 개선을 위한 특별한 재료도 마땅치 않아 남북관계가 해빙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된다.
한편, 이 여사가 방북길에 오른 지난 5일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전통문을 보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지난 5일 정부는 북측에 대화를 제의하는 서한을 보내려고 있으나 북측이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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