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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교수 "경화 언니, 내 제자 부럽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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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교수 "경화 언니, 내 제자 부럽지영" 김남윤=사진제공 대관령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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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그토록 오랫동안 가르쳤으면서도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이거 지금 맞는 건가' 확신이 안 생길 때가 많다. '내가 가르치면 제자들이 잘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들지 않는다."

김남윤(66)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우리 바이올린계의 역사다. 그가 교단에 선 38년 동안 대한민국은 바이올린 변방에서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경선·백주영 서울대 교수부터 권혁주· 신지아·클라라 주미 강 등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 그리고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임지영까지 내로라하는 연주자들 대부분은 김 교수의 손을 거쳤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고 한다.


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석한 김 교수를 지난 2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만났다. 마침 임지영도 함께였다. 그는 24일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로 음악제의 막을 열었다.

김 교수는 2주째 대관령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하루에 여덟, 아홉 명씩 음악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다. 인터뷰 전날 저녁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빡빡한 일정이 올해 예순여섯이 된 김 교수에게는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가르칠 수 있을 때까지 가르칠 것"이라 했다.


지치지 않고 한길을 걸어온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김 교수는 "나도 좀 신기하다. 여전히 애들이 좋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 제자들의 실력이 늘고 우리 지영이 같이 '빵빵' 터져 주면 해낼 수 있는 기운이 생긴다"고 했다.


김 교수의 교수법은 간단하다. '학생의 특성에 맞게 가르치기.' 그는 "바이올린에는 자신의 성격이 다 나타난다. 발을 땅에 질질 끌면서 걷는 애들은 바이올린을 꼭 그렇게 켠다"고 했다. 임지영이 시늉을 해 보이며 "현을 질질 끌면서 연주한다"고 거들었다. 임지영의 특성 역시 바이올린에 나타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영이는 몸이 건강하다. 바이올린 소리가 남다르다. 재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심성을 가진 아이로 자랐기에 바이올린 연주에도 인내심이 담긴다"고 했다.


'생활 습관이 곧 바이올린'이라고 여기기에 김 교수는 사실 잔소리가 많은 선생님이다. "치마를 짧게 입고 레슨을 받으러 오거나 화장을 도깨비 같이 하고 오면 지적을 많이 한다. 깨작깨작 밥 먹는 애들은 바이올린을 딱 그렇게 한다. 정말 재밌다. 희한하다."


세기 힘들 만큼 많은 학생들이 김 교수의 손을 거쳤는데 하나 같이 다 "최고의 정성을 받았다"고 말한다.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의 미국 유학 시절을 회상할 때도 묻어난다. 미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던 시절, 유학생들은 김 교수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피클 같은 걸 사서 물에 담갔다가 꼭 짜서 오이장아찌를 만들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냉장고를 꽉 채워 놨다. 그래야 마음이 든든했다. 내가 안 먹어도 항상 '남윤이네 집에 가면 먹을 거 있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게 참 재밌었다."


임지영은 김 교수처럼 마음을 나눠주는 스승은 흔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선생님들, 특히 외국 선생님을 만날 일이 많은데 그중 99.9%는 레슨이 끝나면 그대로 '안녕(Bye)'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밥을 먹거나 걸어 다닐 때도 딸처럼 가르쳐주신다. 유일무이한 선생님이다." 바이올린에는 자신이 드러난다는데, 그렇다면 김 교수의 연주는 어떨까? 임지영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연주"라 했다.


사실 1977년 경희대 교수가 되기 전까지 김 교수는 탁월한 연주자였다. 1974년 스위스 티보 바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던 중 막내딸을 걱정하는 부모님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이야기지만, 연주를 왕성하게 하던 그땐 '나 자신을 희생하고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학생들에게 열중하게 되고,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외국에 나갈 길이 막히니 연주를 소홀히 했고, 포기하게 됐다."


시간이 흘러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들이 한국에 초청돼 연주회를 할 때면 가끔 속이 상하기도 했다. "이제 나이가 드니 그런 아쉬움도 없다. 오직 내 제자들 잘 하는 것만 생각한다. 여자로서 지금까지 연주하는 (정)경화 언니를 존경하지만 가끔 이렇게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경화 언니는 좋은 제자 없지롱~(웃음)'." 임지영은 "선생님이 새로운 역사를 쓰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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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생각하는 '성공한 연주자'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상업적인 연주자 말고 진짜 음악을 느끼고, 사랑하고, 청중한테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가 성공한 연주자"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인재에 비해 한국 클래식 무대는 좁다. 신동이 중견 연주자로 커 나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는 "선배들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국민성, 정서 문제도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인을 제외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표를 팔기는 어렵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같은 경우는 1차전 표가 몇 달 전부터 동이 난다. 그리고 새벽 1시가 넘도록 한 사람도 나가지 않고 결과 발표를 기다린다. 그게 벌써 다르다. 클래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젊은 연주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국민과 팬들이 받쳐줘야 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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