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몬스터] 초고층 빌딩의 경제학
랜드마크 완성되면 하루 9만명, 해마다 5000만명 발길 예상
일자리 창출·주변상권 활성화 큰 몫…연 '9조원'대 생산유발 효과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1번출구로 나서면 11층 높이의 커다란 쇼핑몰을 배경으로 이미 100층을 훌쩍 넘어선 '롯데월드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지상에서는 바라보자면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 90도 가까이 꺾어야 꼭대기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위층에서는 '뷰'가 좋다. 조망권이 부동산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면 가장 높은 곳의 가치는 아직 어림잡을 수도 없을 정도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날씨 좋은 날 타워 꼭대기에서 멀리 서쪽을 보면 인천 송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최고층의 진귀한 가치가 숨어있다.
국내 최고층인 높이 555m, 지상 123층으로 건설중인 '롯데월드타워'는 최근 103층을 돌파했다. 올해 말까지 123층 외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이후 내부 작업과 인테리어 공사 등을 거쳐 내년 말 완공된다. 롯데월드타워 현장에서 작업용 엘리베이터가 쉼 없이 공사 자재와 인부들을 실어나르는 동안 이곳에서 50여m 떨어진 롯데월드몰(에비뉴엘ㆍ쇼핑몰ㆍ엔터테인먼트 동)은 이미 지난 5월 재개장한 뒤로 쇼핑과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을 맞고 있다.
한국의 랜드마크를 꿈꾸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은 총 사업비 3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롯데건설과 롯데물산이 각각 시공과 시행을 맡고 롯데쇼핑, 롯데호텔, 롯데시네마가 명품관과 면세점, 호텔, 영화관, 레스토랑 등을 입점시키며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 롯데가 잠실 지형도를 바꾼다= 제2롯데월드가 위치한 잠실역사거리가 말 그대로 '롯데세상'이 된 건 지난 1980년대부터다. '잠실'이라는 지명처럼 이 일대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온통 뽕나무 밭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땅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월드 조성 계획을 세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내ㆍ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시설을 세운다는 계획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1985~89년 조성된 롯데월드는 당시만 해도 실내외 테마파크와 아이스링크, 백화점, 호텔, 쇼핑몰을 단일 공간 내에 갖춘 국내 유일무이한 초대형 복합시설이었다. 특히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1996년 자연농원이 에버랜드로 간판을 바꿔달기 전에 7년이나 앞선 셈이다.
롯데가 롯데월드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제2롯데월드 부지까지 추가로 매입한 것은 1987년이다. 당시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는 체비지를 팔아 현찰을 확보하려 했다. 신 회장이 당시 1000억원의 거금을 한푼도 안깎고 그대로 매입했다고 한다.
최초 부지 매입 후 무엇을 어떻게 지을까를 고민하고, 건축허가를 얻는데 20년 이상이 걸렸다. 수십여 차례 변경을 거쳐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최종 설계도가 나왔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대지면적 8만7182㎡(약 2만6373평)에 들어서는 지하 6층~지상 123층의 초대형 복합단지였다. 건물 총면적은 81만539㎡(약 24만5618평)로 , 총 3773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시설까지 갖춘 초대형 프로젝트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 땅은 올해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송파구에서 가장 비싼 곳이 됐다. ㎡당 3600만원으로, 1990년 390만원에 비해 10배 가까이(9.23배) 올랐다. 3.3㎡ 기준으로는 1억1880만원이다. 건물을 제외한 전체 땅값만 3조1386억원에 달한다.
◆ 고용 창출ㆍ상권 활력 …9조원대 경제효과=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완성되는 제2롯데월드는 그 이후 엄청난 사람과 자금을 집중시키게 된다. 일자리 창출과 주변 상권 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무려 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롯데월드몰만 놓고 봐도 연간 매출액이 약 1조5000억원,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가 2조6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7800억원을 더해 총 3조4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2012년 산업연관표 중 도소매서비스 생산유발계수 및 부가가치계수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재에도 생산유발효과는 적지 않다. 연간 400만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고, 공사를 마친 이후에도 상시 2만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게 된다. 이는 웬만한 중소도시의 연간 일자리 창출 규모를 앞선다. 인접 상권의 연간 유동인구는 1억명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장한 쇼핑몰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이만큼 큰 규모의 쇼핑몰은 국내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긴했으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달 들어서는 하루 9만3000여명의 쇼핑객이 방문하고 있다. 롯데 측은 해외 관광객을 포함해 연간 5000만명 이상이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5110만명이니, 전국민이 일년에 한번쯤 제2롯데월드에 와본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은 만큼 그들이 지갑을 열게 할 만한 상품도 준비됐다. 규모와 높이만큼이나 세계 최대의 시설들이 채워진다. 우선 국내 최대 규모인 명품 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은 연면적 7만7702㎡(약 2만3505평)에 무려 225여개 명품급 브랜드가 입점했다.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이 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도 연면적 2만5973㎡(약 7800평)에 420여개 브랜드가 들어선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는 총 21개관에 4600석이 마련되고, 이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크린(34*13.8m)으로 기대스북에 등재된 상영관도 포함돼 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높이만 555m,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가장 꼭대기, 지상에서 500m 높이에 전망대 'SKY 123'이 문을 열면 현존하는 최고 높이 부르즈할리파(452m)보다 48m나 높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된다. 여기에 호텔과 오피스, 아트갤러리, 주거용 오피스텔, 헬스케어센터, 파이낸스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건물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초고층건물은 60층 높이를 넘어서면 평당 건축비가 2~3배 이상 훌쩍 뛰어 오히려 수익성은 낮아진다"며 "하지만 한국경제의 위상을 높이는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과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고 무려 29년의 세월을 기다려 이제 제2롯데월드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