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신동주 쿠데타 하루만에 제압…제2의 반란 가능성 여전
신영자 이사장 등 친족들 신동주 편에…지분싸움 치열하게 전개될 수도
신격호 총괄회장 의중에 따라 롯데 후계구도 바뀔수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거사'를 진압하는데 성공했지만 안정성에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그 간 아버지의 '뜻'이라며 한일 롯데 원톱의 자리를 꿰찼지만 이번 사건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에 대한 진정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다 짜여진 후계구도에 흠집이 난 롯데그룹 역시 적지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향후 후계자리를 놓고 치열한 지분 싸움으로 흘러갈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5촌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이 신 전 부회장 편에 선 양상이다. 신 회장이 제2의 쿠데타 차단을 위해 누나와 5촌을 끌어안을지, 내칠지 여부에 따라 판세 변화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진의다. 신 이사장과 신 구단주 직무대행도 신 총괄회장의 최종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동빈 체제 앞당긴 반란…풀어야할 숙제 산적=신 총괄회장을 퇴진시킨 이번 사건은 신동빈 원톱체제의 서막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사회를 등에 업고 형을 제압한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이 국내 경영 일선에서도 완전히 물러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신 회장이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복잡한 지분구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제2의 쿠데타가 나올 수 있어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격차가 크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상존해왔다. 이번 사건이 하루만에 봉합된 모양새가 됐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지분구조 탓에 100% 후계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분이 누구에게로 가는지가 최대 핵심이다. 계열사 지분 90% 이상을 자녀들에게 승계한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후계구도의 최종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광윤사 지분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27.65%)인 광윤사는 신 총괄회장이 50% 이상을 보유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비상장사라 두 형제의 지분구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 회장으로서는 광윤사의 지분과 이사회를 최대한 빨리 자기 손안에 넣어야 확실한 승계작업이 끝나게 된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불명확해진 상황에서 신 이사장과 신 구단주 직무대행의 행보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 이사장은 신 회장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도약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신 회장 친정체제가 구축된 이후 경영일선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이 아버지를 모시고 신 전 부회장을 따라 일본에 간 것도 이같은 설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다. 경영권 분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있는 신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의 편으로 완전히 돌아서면' 경우의 수'는 복잡해질 수 있다.
◆신 회장, 향후 조치가 태풍의 눈= 신 회장은 형을 제압하기 위해 롯데그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 총괄회장을 해임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아버지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까지하면서 지배력 강화에 나선만큼 이번 사건에 가담한 친족들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는 전혀 다른 그림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나온다. 신 회장이 신 이사장 등을 비롯한 친족들을 끌어안느냐, 내치느냐에 따라 대대적인 피바람이 불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지금의 롯데를 일궈낸 신 총괄회장의 피를 물려받아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형과 지분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누나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제2의 반란을 조기 차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신동주-신영자' 연합이 당장 '신동빈' 원톱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도 신 이사장의 의중이 그룹에서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내치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을 매우 아껴 딸의 얘기에 힘을 싣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칫 신 이사장을 잘못 건드릴 경우 신 총괄회장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다. 또 신 총괄회장과 신 이사장 라인들에 대한 인사태풍까지 야기할 수 있어 부담도 만만치않다. 중요한 것은 당장 주요 계열사 지분을 고르게 보유하고 있는 신 이사장을 내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향후 후계구도의 키를 쥔 신 총괄회장이 이번 사건으로 후계그림을 완전히 다시 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자신을 불명예스럽게 퇴진시킨 차남 대신 장남에게 몰아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신 총괄회장의 마지막 결심에 롯데의 앞날이 달려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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