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투자금 이탈 빨라·수출 증가 제한적…외환시장 개혁 등 체질개선 노력은 긍정적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 가치가 연일 뛰어오르면서 신흥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달러가 급등하면 해외에 투자됐던 달러 자금은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한다. 이른바 역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발생이다. 이는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높인다. 달러 가치가 뛰면 달러 빚이 많은 신흥국들의 부채 상환 부담도 늘어난다. 경기둔화와 내수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는 신흥국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값을 측정하는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24일(현지시간) 1209.47로 올 들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달러지수는 최근 1년간 20%나 뛰었다.
과거 경험은 달러 강세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긴다. 1980년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금리를 끌어올리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원자재 가격 급락과 맞물려 남미발 부채 위기가 초래됐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해외 자금 이탈에 따른 외환부족 사태가 주된 원인이었다.
달러 강세로 신흥국들이 누릴 수 있는 기회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확대 효과다.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24개국의 통화가치는 최근 2년 반 사이 달러대비 평균 30%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신흥국의 수출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신흥국의 지난 3~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다.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아시아 신흥국의 지난 5월 수출은 9.5%나 뒷걸음질했다. 중국의 경기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신흥국 수출 확대 기회를 갉아 먹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애널리스트는 "통화 약세가 신흥국 수출 증가로 이어질 여지는 남아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는 외환시장 유연화, 외환보유고 확대, 재정적자 축소와 같은 체질개선을 단행할 수 있는 큰 교훈이 됐다. 신흥국 달러 외채의 절대액은 늘었지만 부채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중은 지난 1990년 36%에서 2013년 25%로 감소했다.
한국의 경우 견실한 경상수지 흑자와 상당한 수준의 외환보유고 등이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안정적인 거시지표, 관리 가능한 수준의 국가부채, 꾸준한 경상흑자 등이 한국의 높은 신용등급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단기 급등과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채권 매도세 확산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0.9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장중 117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12년 6월12일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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