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은 취업절벽에 막혀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있고, 고령층은 은퇴할 나이에도 생계를 위해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고용 현장의 '그늘'이 어제 나온 두 개의 조사결과에서 또 확인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준비자 가운데 35%가 공무원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6.9%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이 같은 공무원 선호 현상은 역시 무엇보다 공무원직이 주는 고용의 안정성 때문이다. 해고 위험이 없이 대체로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큰 유인(誘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으로 공무원직의 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공무원 쏠림 현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공직사회에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젊은 층이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많이 몰리는 것은 사회의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이유가 공공의 일을 통해 보람을 얻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에서라기보다는 고용과 보상의 안정성 때문이라면 더욱 문제다.
어떤 사회든 청년층은 그 사회의 미래를 개척하는 이들이다. 젊은이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도전정신을 보일 때 그 사회는 새로운 활력을 얻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청년들이 패기를 잃고 있다고 나무랄 수는 없다.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게 된 현실이 이들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짚어봐야 한다.
다른 한편엔 고령층(55~79세)의 고단한 현실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고령사회대책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07~2012년 한국 남성의 평균 실제 은퇴연령은 71.1세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한국만 유일하게 70세 이상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도 노년층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로는 57%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지난 1년간 연금을 받지 않은 고령층이 절반을 넘었다는 조사결과가 '고령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를 설명해준다.
청년층과 고령층이 놓여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동력을 잃고 있으며 노후에도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어렵게 돼 가고 있음을 얘기한다.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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