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계기관과 신곡보 수문개방 합의…국토부 협의 후 시범개방 추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최근 한강 서울구간을 뒤덮고 있는 녹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신곡수중보의 수문을 개방키로 했다.
중부지방에 내린 호우로 녹조현상이 다소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로 한강의 녹조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고양시ㆍ김포시ㆍ한국수자원공사(K-water)ㆍ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 및 시민단체ㆍ전문가 등과 대책회의를 갖고 녹조현상 해소를 위해 신곡수중보의 가동보 수문 5개를 시범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는 구체적인 개방시기와 방법 등을 수립해 관계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또 회의에 참석한 관계기관들은 자체 시설물 관리와 주민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시범개방 후 효과가 확인되면 녹조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한시적으로 신곡수중보를 개방할 계획이다.
앞서 한강 잠실수중보 하류구간(행주대교~잠실대교)에는 계속된 가뭄의 영향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이후 한강 유역에 마른 장마가 이어지며 한 때 한강 하류구간의 남조류 개체수는 ㎥당 15만마리에 이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 등은 한강의 물 흐름을 방해하는 신곡수중보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보의 개방ㆍ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신곡수중보(1007m)는 한강개발사업에 따른 한강의 수위ㆍ유량 조절, 홍수예방, 바닷물 피해 방지 등을 위해 지난 1988년 행주대교 하류 3㎞ 지점에 설치됐다.
시는 신곡수중보 중 수문을 열 수 있는 가동보(124m)를 개방하게 되면 녹조현상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신곡보의 수문 5개를 열 경우, 초당 600㎥의 물이 하류로 빠져나가면서 유속은 두 배로 빨라져 녹조 확산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수문 개방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교통부와 시가 마련한 '한강수중보 관리규정'에 따르면 가동보는 한강수위가 4.6m로 홍수 수위를 보일 때 개방할 수 있게 돼 있다. 아울러 개방 이후로도 한강 수위는 2.6m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강 수위는 해당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신곡보 직상류구간의 수위는 4.6m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또 신곡보의 수문을 열 경우 한강의 평균수위도 2.6m보다는 40~50㎝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도시생태팀장은 "실험개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수문개방 이후 녹조 저감효과가 나타난다면 생태회복ㆍ수질개선 등을 위해 신곡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중부지방에 일부에 내리고 있는 시간당 30㎜의 호우도 녹조사태 해결에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가뭄으로 평시대비 물 방류량이 60% 수준에 그치고 있는 팔당댐에서 방류량을 늘리면, 하류구간의 유량이 증가해 녹조 증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8시 현재 한강 상류구간인 경기도 가평, 강원도 화천 등은 90~180㎜의 누적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신곡보의 수문 개방과 함께 팔당댐의 방류량이 늘면 한강 녹조현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녹조현상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