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잘나가는 자동차 부품주 만도가 심상찮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40% 가까이 떨어졌다. 그룹 오너와 지주사가 주식을 샀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만도 주가는 올해 들어 38.69% 하락했다. 연초 18만원대에 달하던 만도 주가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한라홀딩스가 300억원을 들여 만도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이후로만 18.77% 하락했다.
한라그룹은 최근까지 만도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왔다. 2월 초 정몽원 회장이 직접 1억여원을 들여 만도 주식 662주를 사들였고, 지주사 한라홀딩스도 지난달 5일부터 이번 주까지 246억원을 들여 만도 주식 20만5500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이 종전 27.74%에서 29.93%까지 높아졌다. 대주주의 지분 확대는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통상 긍정적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시장은 계속 만도 주식을 외면했다.
만도는 지난해 인적분할로 지주사 한라홀딩스와 분리된 제조사업 부문이다. 당초 시장에선 기업분할 이후 사업가치 부각으로 만도 주가가 상승하리라 점치기도 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내재된 재무부담에 수익성 둔화 전망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라그룹에서 만도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다. 1990년대 중반 재계 12위까지 오르기도 했던 한라그룹은 중공업 부문에 대한 과잉 출혈이 외환위기와 겹치며 만도를 매각했다.
당시 그룹이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에 쏟아 부은 1조80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은 만도가 짊어졌었다. 2008년 그룹 품으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재상장하는 등 그룹 재건을 위한 주력계열사로 올라섰으나 다른 계열사들의 구멍을 메우는 데 먼저 동원됐다. 2013년 4월 계열사 마이스터를 거쳐 한라(옛 한라건설)의 채무상환 등에 3786억원을 지원했다. 분할과정에서도 지주사 한라홀딩스에 1조원 넘는 이익잉여금을 안겨주고 떨어져 나왔다. 곳간을 열어 그룹을 지원하느라 2010년 말 101%에 그쳤던 부채비율은 올 1분기 말 197%까지 높아졌다.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수익 기여도가 높은 중국법인이 현지 자동차시장 둔화 암초를 만났다.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만도의 목표주가를 끌어내렸다. 최저값인 12만5000원을 제시한 동부증권의 김평모 연구원은 "현대기아차ㆍGM 등 주요 고객사 판매 부진으로 중국법인의 영업이익 감소가 2분기 및 연간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올해 중국법인의 전사 영업이익 비중은 6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만도는 이달 초 '2015 만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글로벌시장에서 주요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기술 품목을 조기 개발하는 것이 핵심전략이라고 밝혔다. 통합 전자 브레이크 시스템(IDB) 개발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차세대 신기술 제품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1분기 말 기준 만도는 연구개발에만 매출액 대비 5.10%(646억6500만원) 규모 재원을 쏟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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