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채권시장 개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 참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6조4000억달러 규모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채권시장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3%에도 못 미친다. 왜 그럴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시장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변동성 확대 불안감, 부족한 유동성 및 거래량, 복잡한 금융 정책 및 각종 규제 등을 지적했다.
첫째, 중국 채권시장이 완전한 신용 사이클(credit cycle)을 경험하지 못한 것을 투자자들은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저금리에 대출이 쉬운 기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해 신용 대출이 어려운 기간 등을 골고루 경험하지 못한 탓에 갑작스레 위기 상황이 닥치면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밖 채권시장이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 채권시장의 부족한 유동성 및 거래량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만 소재 푸화증권투자신탁의 재스민 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민은행이 최근 금리를 계속 인하한 탓에 같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밖 채권시장이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중국 채권시장의 제한된 유동성도 시장에서 발을 빼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채권시장은 거래량도 적다. 중국 채권시장에서 국채 회전율은 0.3~1.9% 수준으로 미국 10%, 일본 5.9%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셋째, 중국의 각종 규제 결정 기관과 정책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채권시장 개방의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했던 중국으로서는 외국인의 참여 기피가 실망스런 일이다. 중국은 채권시장 개방을 통해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조달을 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산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 국부펀드, 금융기구들이 자유롭게 중국 채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진입 장벽을 허문다고 밝혔다. 종전까지 이들 기관들이 중국 채권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인민은행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별도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투자 한도 제한도 폐지됐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발간한 중국 채권시장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의 채권시장 개방이 정착 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증시 폭락 이후 투자자들은 중국 자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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