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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부국 호주, 그리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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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원자재 '슈퍼사이클(장기간 가격 상승 추세)'을 타고 호황을 맞이했던 호주 경제가 원자재 가격 급락과 함께 동반 추락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일(현지시간) 철광석과 석탄, 금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호주 경기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며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가 원유 가격 하락의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과 닮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과거 호주 경제는 중국 경기 호황을 등에 업고 완전고용과 무역흑자를 달성해왔다. 중국으로 향하는 원자재가 비싼 값에 팔리며 호주경제는 구름 위를 걸었다. 2012년 기준 원자재 수출은 호주 전체 무역의 65%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지금 호주 경제는 거꾸로 중국발 부메랑에 신음 중이다.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7% 성장 마려 어렵다는 진단은 중국발 원자재 붐으로 호황을 누렸던 호주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철광석은 2011년 t당 180달러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 t당 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발전용 연료탄(Thermal coal)은 t당 150달러에서 60달러로 떨어졌다.


중국 수요에 의존적인 호주경제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붕괴되면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집계된 호주 무역수지는 41억400만 호주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무역적자 폭은 주요 수출품목인 원자재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원자재 수출 부진은 정부의 부채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호주의 순외채는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60%에 해당하는 955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지출 규모를 유지하려다 보니 해외 자본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호주 시장분석기관 마켓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코쿨라스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정부의 부채 확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호주의 현재 부채 규모가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원자재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그리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경제 상황은 호주 달러의 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5월 미국달러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기도 했던 호주달러는 이달 들어 미국 달러당 0.74달러를 기록했다. 5년래 최저치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미 달러에 대비 하락률을 4.15%나 된다.


호주 기업들의 위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호주 최고 광산재벌인 지나 라인하트는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의 자산가치는 3년 전 300억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110억달러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부국의 몰락은 호주만의 일이 아니다. 캐나다는 지난 주 금리를 0.5%로 인하했다. 내수가 침체된 데다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수출 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며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1.9% 성장에서 1.1% 성장으로 크게 낮췄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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