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위, 원칙 고수하다가 우리銀 체력 고갈될 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4전5기' 민영화에 나선 우리은행이 또 다시 발목이 잡혔다. 투자자를 물색하기 위한 이광구 행장의 빡빡했던 국내외 일정도 빛이 바랬다. 민영화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매각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공자위는 지난 13일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수요조사 결과를 검토했지만 매각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황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현재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몇몇 사모펀드(PEF)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중 매각 방안을 도출하겠다는게 공자위의 입장"이라며 "어떤 수위와 방식으로 매각 방안을 내놓을 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바라보는 우리은행은 절박하다. 지난해말 취임한 이 행장은 "임기중 반드시 민영화하겠다"며 바삐 움직였다. 해외 투자자를 물색하라는 이 행장의 주문에 김승규 부행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런던 등을 돌며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국내에서는 이 행장이 직접 투자자를 만나며 설득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를 손에 쥐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첫 번째로 시도한 2010년에는 무려 23곳의 인수 후보가 등장했으나 대부분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일괄 매각 방식으로 재차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네 번째 도전에 나섰지만 경영권 지분 경쟁입찰에서 중국의 안방(安邦)보험 한 곳만 응찰하는 바람에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 무산됐다.
문제는 우리은행에 대한 투자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 하락하면서 1.45%를 기록해 은행권 하위에 머물렀다. 1분기 부실채권비율은 1.94%를 기록해 신한은행(0.98%), KB국민은행(1.28%), 하나은행(1.24%) 등 경쟁사에 비해 부실했다. 올 하반기 하나ㆍ외환 통합은행이 출범하면 우리은행은 자산기준 업계 3위로 내려앉는다. 하나ㆍ외환에 1위를 빼앗긴 신한과 KB국민은 선두권 탈환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고, 농협도 김용환 회장 취임 이후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민영화에 발이 묶인 우리은행만 제 자리를 맴돌고 있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한 매각 3원칙(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3원칙을 모두 충족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칫 매각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매각 3원칙은 절대로 동시에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며 "지난해 '투트랙(경영권 지분+소수지분 매각)' 방식까지 실패로 돌아간 만큼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은행의 매각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전략을 포기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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