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의 '메이저 3연승' 도전, 매킬로이 부상 결장 호재, 미켈슨과 파울러 우승 경쟁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세번째 퍼즐을 찾아서."
화두는 단연 조던 스피스(미국)의 우승 여부다. 오는 16일 밤(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ㆍ7297야드)에서 대장정에 돌입하는 지구촌 골프계 '최고(最古)의 메이저' 144번째 디오픈(총상금 630만 파운드) 이야기다. 4월 마스터스에 이어 6월 US오픈을 제패해 메이저 2연승의 위업을 달성했고, 이번에는 '그랜드슬램(Grand Slam)'의 세번째 퍼즐을 맞추기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
▲ 스피스 "메이저 3연승 GO"= US오픈에서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3년 만의 메이저 2연승을 일궈냈다. 우즈 이외에 크레이그 우드(1941년)와 벤 호건(1951년), 아널드 파머(1960년), 잭 니클라우스(1972년) 등 골프전설 5명만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록이다. 호사가들이 벌써부터 한 해에 4대 메이저를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을 고대하는 이유다.
시즌 초반 메이저 3연승 도전이라는 게 중요하다. 1953년 벤 호건(미국)이 마지막이었다. 일단 62년 만의 진기록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부터 뒷쪽 메이저 3연승, 여기에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4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1년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그랜드슬램'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른바 '타이거슬램(Tiger Slam)'이다.
스피스가 악천후에 강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호주오픈에서는 강풍 속에 8언더파를 몰아쳐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격침시키고 역전우승을 일궈내는 등 '전천후 폭격기'의 위상을 과시했다. US오픈 우승 과정에서는 링크스코스 스타일에서 퍼펙트플레이를 펼쳤다. 13일 3주 만에 등판한 존디어클래식에서 '4승 사냥'에 성공해 실전 샷 감각을 완벽하게 조율했다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 매킬로이 '부상', 우즈는 '슬럼프'= 매킬로이의 부상으로 우승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2주 전 토요일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왼쪽 발목 인대를 다친 매킬로이는 막판까지 출전을 고민하다가 트위터를 통해 "지금 재활을 하고 있고, 몸 상태가 100%가 됐을 때 복귀하고 싶다"며 결국 출전을 포기했다. 스피스에게는 가장 강력한 우승경쟁 상대가 사라진 셈이다.
우즈가 부활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은 스피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 실전 샷 감각을 되찾아 2월 피닉스오픈 '컷 오프', 파머스오픈 '기권'에서 불거진 '입스 논란'을 잠재웠다는 게 위안거리다. 지난주 그린브라이어에서는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솎아내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즈 역시 "새 스윙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찌감치 세인트앤드루스에 도착해 연습라운드를 치르는 등 욕심을 드러냈다. 2006년 대회 2연패이자 이 대회 통산 3승째를 수확했을 때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우드 티 샷으로 철저하게 페어웨이를 지켰던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우즈는 "딱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가 와서 코스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몇 차례 연습라운드를 더할 것"이라고 했다.
▲ 미켈슨의 재도전, 그리고 "유럽의 전사들"= 미켈슨은 2013년 '숏게임의 힘'을 앞세워 클라레저그를 품에 안았다. 코스가 비슷한 유러피언(EPGA)투어 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아예 드라이버를 빼고 64도 웨지를 골프백에 집어넣는 독특한 골프채 구성을 완성했고, 마지막날 강풍 속에서 5언더파를 작성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올해도 같은 경로를 선택했다. 공동 31위에 그쳤지만 "충분히 적응했다"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계랭킹 5위 리키 파울러(미국)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13일 끝난 스코티시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바람을 극복하고 2언더파를 쳐 E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디오픈에서 공동 2위에 그친 한을 풀기 위해 미켈슨을 '롤 모델'로 삼았고, 좋은 징조를 연출했다. 미국군단은 세계랭킹 3, 4, 6위 버바 왓슨과 더스틴 존슨, 짐 퓨릭이 우승경쟁에 가세했다.
파울러와 함께 지난해 공동 2위를 차지했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지휘하는 '유럽의 전사'들이 있다. 매킬로이 대신 세계랭킹 6, 7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선봉을 맡았다. 스텐손은 2013년 준우승 경험이 있고, 로즈는 4월 취리히클래식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 승을 신고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큰 대회에 유독 강한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복병'이다. 국내 팬들은 'BMW PGA챔피언십 챔프' 안병훈(24)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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