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주택 분양시장의 주 수요층이 '5060 베이비붐 세대'에서 '3040 에코세대'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지역 특성에 따라 주요 세대층이 갈린다.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이거나 산업단지에서는 목돈의 여유가 있는 40대가 주를 이루고, 실수요층이 두터운 수도권에서는 전세난에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의 활약이 눈에 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40대는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일수록 계약자 비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분양 현장의 계약률이나 청약률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 상반기 수도권 최고 청약경쟁률(평균 161대 1)을 깬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의 경우 계약자 중 40대 비율이 38.2%, 30대가 24.5%였다. 30~40대가 전체의 62.7%나 차지했다. 이어 50대(22.6%), 60대 이상(7.9%), 20대(6.8%)의 순이었다. 특히 이 단지는 계약금이 20%로 다른 사업지에 비해 초기 목돈 부담이 큰 데도 에코세대의 계약비율이 높았다. 마지막 남은 서울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의 높은 미래가치에 투자는 물론 실거주 수요까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청약에서 평균 3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해운대 자이2차'의 당첨자 연령대별 분포도 마찬가지다. 전체 489가구(특별공급 포함) 중 40대가 38.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가 28%, 50대 26.9%, 20대 6.5%의 순으로 뒤따랐다. 선호도가 높은 해운대구에 공급된 터라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수요가 주를 이루는 지방 산업단지도 40대의 비중이 높다. 충주첨단산업단지에 분양 중인 '충주 코아루 퍼스트'는 6월 말 기준 약 90%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이중 40대의 계약비율이 39%고 30대가 25%, 50대가 22%다. 조현태 본부장은 "산업단지의 소형 아파트인 만큼 월세 수익을 노리는 젊은 층의 투자 문의가 뜨겁다"며 "산업단지의 기업입주가 본격화되고 있어 40대는 물론 30대 실수요 비중도 차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30대는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고 실거주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계약 비중이 높았다.
초기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가 올 초 모두 판매된 '한강센트럴자이 1차'의 계약자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30대가 40%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29%), 50대(19%)의 순이었다.
화성시 봉담읍에 분양 중인 '봉담 센트럴 푸르지오'도 30대의 새 아파트 갈아타기 열기가 뜨겁다. 이 단지는 6월 말 기준 80%의 계약률을 기록 중인데, 30대의 비율이 43%나 된다. 분양관계자는 "인근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에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이다 보니 인근의 젊은 30대 수요자가 몰리며 전용면적 59㎡와 74㎡는 일찍이 다 팔렸다"며 "현재 84㎡만이 남아 있고 이마저도 빠른 소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의 '자연&롯데캐슬'과 '자연&e편한세상'의 계약자도 30대의 비율이 47.82%로 가장 높다. 40대는 29.88%, 50대 이상은 20.91%로 큰 차지를 보인다. 이 단지 인근에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다산역(가칭)이 들어설 예정으로 잠실역까지 30분대 진입할 수 있어 수요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해도 부동사 주 수요층이 에코세대로 교체가 이뤄지는 현상이 전국화되고 있다"면서 "단순한 부동산 광풍이 아니라 전세난 심화로 젊은 계층의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저금리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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