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업부문 침체 상황서도 R&D 투자 적극 나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LG전자가 끝없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생활가전이 가전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렵고 믿었던 TV 사업은 적자로 돌아섰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자동차 부품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지만 LG전자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 성장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수년전부터 '시장 선도'를 외쳤듯 단기간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다.
LG전자가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최고경영자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늦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쟁사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호황기를 누렸지만 LG전자는 트렌드에 뒤져 '잃어버린 3년'을 겪어야 했다. 스마트폰 호황기 이후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는 스마트폰 이외의 사업까지 어렵게 만들었다.
TV 사업 역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초고화질(UHD) TV 시대가 개막됐지만 사업 여건이 나쁘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을 제외한 해외 시장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자동차부품(VC) 사업부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텔레매틱스, 카오디오, 네비게이션 시장서는 선방하고 있지만 유력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시가총액은 약 7조7000억원 수준으로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내려섰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87조원과는 무려 24배 차이가 난다. 중국의 샤오미(51조원)와는 7배 가까운 차이가 벌어졌고 저가 싸구려 전자제품을 만든다고 우습게 봤던 중국 하이얼(15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졌다.
LG전자는 위기 돌파를 위해 중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지난 2010년 4.58%에서 2011년 5.13%, 2012년 5.8%, 2013년 6.2%, 2014년 6.2%로 매년 조금씩 증가해왔다. 지난 1분기 LG전자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7.2%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5년간 실적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R&D를 진행해 온 것이다.
연구개발 인력도 이에 비례해 지난 2010년 말 1만4226명에서 2011년 1만5506명, 2012년 1만6915명, 2013년 1만8712명, 2014년 1만8996명으로 늘어났다.
사업부문별로는 단기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적인 큰 그림은 착실하게 그려가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서는 올해 하반기 G4의 뒤를 잇는 슈퍼프리미엄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플래그십 역할을 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실제 수익은 미드레인지 시장서 거두겠다는 의도다.
TV 사업의 경우 OLED 시장에 적극 대응하며 미래 시장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OLED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작지만 화질과 기술상의 우수함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생활가전의 경우 하반기 듀얼드럼 세탁기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들을 선보이며 3, 4분기 성수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부품서는 R&D 투자를 더욱 늘려 모터, 파워트레인 등 자동차 핵심 부품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동안 R&D 투자를 열심히 해 왔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사가 단기적인 실적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멀리 내다보고 전 부문에 걸쳐 투자를 해 온 효과가 올해 당장 나타나진 않겠지만 기술 시장 선도를 통한 실적 상승효과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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