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청와대와 '자기 정치'에서 줄타기를 해오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대 기로에 섰다.
김 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좌장이었으나 계파를 떠난 뒤 비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반면 차기 대권 주자로 불리우는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이 필수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런 점에서 청와대와 자기 정치 사이에서 아슬 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물리치고 대표에 당선 되자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예고하며 청와대를 긴장케 했다.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개헌'이라는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곧장 한국으로 들어와 청와대를 향해 몸을 납작 엎드렸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와 비박계를 기반으로 한 당 대표의 리더십 사이에서 균형점을 유지한 것이다.
특히 김 대표의 줄타기에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 유 원내대표가 소신있는 발언으로 청와대에 '할 말'을 대신 해줌으로써 균형점을 찾기가 더 수월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자신과 유 원내대표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ㆍ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같은 탓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대척점에 서자 '중간'에 끼인 김 대표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의 뜻을 따라 자기 정치를 한 걸음 물러날 것인지, 유 원내대표와 한 배를 타 '독자노선'을 갈 것인지 갈림길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후폭풍이 있다는 것도 딜레마다. 유 원내대표 사퇴 불가피론에 힘을 실을 경우 당장 당청 관계에 훈풍이 불겠지만, 당내 비박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 후임으로 친박 성향의 원내대표가 들어서면 김 대표가 고립될 수도 있다. 여권에선 청와대의 다음 타깃은 김 대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의 분수령으로 예고되는 29일 오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관련 문제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결국 청와대와 등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전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끝내 맞붙으면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순 없지 않느냐는 거다"며 "다만 설령 사퇴하더라도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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