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소설가 신경숙(52) 씨의 표절 파문이 법정으로 간다. 서울중앙지검은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 씨를 고발한 사건을 지식재산권ㆍ문화 관련 전담부서인 형사6부에 배당했다. 현 원장은 신 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해 출판사 창비를 속이고 인세를 부당하게 받았다며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문단은 반발하고 있다.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 씨부터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뤄져야 한다"며 검찰 수사에 반대했다. "문단 내부의 생산적 토론과 자정(自淨)의 기회는 차단되고 모든 관심이 수사로 수렴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문학의 도덕성과 문학권력 등 사안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형사처벌 여부와 같은 비본질적 부분만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문단은 자정할 기회가 없어서 못한 것이 아니다. 자정이란 평론가의 치밀한 분석과 준열한 평가, 이에 대한 작가의 반론과 해명, 독자의 이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단을 특정 세력이 주무르고, 평론가들은 '주례사 평론'을 한 결과가 표절 불감증을 낳지 않았는가. 문화비평가 이택광 씨(경희대 교수)는 "한국 문단은 특정 거대 출판사 중심으로 틀을 이뤄왔다. 이런 구조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묵인해왔다"면서 표절 문제를 문단에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씨는 SNS에 "신경숙의 표절은 엄연한 범죄이고, 이는 법의 기준에서 평가되어야 옳다. 당신네들이 뭐길래, 스스로를 법의 범위 외부에서 '스스로를 자성할 수 있는 존재'로 격상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씨는 "일본의 저작권자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의 지적처럼, 표절에 대한 소송은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피해자가 제기하는 게 상식이다. 현택수 원장의 고발은 직접적 권리 관계자가 아닌 제 3자가 끼어든 경우여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단이 도덕적 치외법권을 누릴 권리는 없다. 문단의 자기비판과 자정은 한시적 과제가 아니고, 권리도 아니다. 곪을 대로 곪은 치부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수모와 아픔을 감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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