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늘어날수록 '집단 히스테리' 현상도 늘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격리자 및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집단적 히스테리(epidemic hysteria)'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메르스 공포가 가져 온 불필요한 사회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누적 메르스 유전자 검사자는 7177명으로, 이중 161명(0.2%)만이 확진으로 확인됐다. 전체 검사 대상중 확진판정을 받은 사례가 높지 않다.
삼성서울병원이 전직원 8440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증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직원은 608명(7.2%)이었다. 삼성병원의 경우 증상이 있는 직원 가운데 직원클리닉을 통해 진찰한 결과에선 466명이 정상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1700명에 전화해 메르스 증세를 물어본 결과, 73명(4.2%)이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였다. 실제 이들이 확진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메르스 증세가 나타나 뒤에도 계속 근무한 응급요원(137번 환자ㆍ55)과 접촉한 직원들의 잠복기가 오는 25일까지인 만큼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전문가들은 단순 감기 증상임에도 불구, 메르스 증세로 의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인성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전두엽(뇌의 앞부분)은 평소 공포와 같은 반응을 자제하고 외부 위험을 적절하게 대응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선 불안감을 관할하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전두엽의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된다. 이로 인해 막연한 불안감에 의한 집단적 히스터리가 나타난다.
실제 2003년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가 유행한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캐나다는 2003년 3월 홍콩에서 유입된 사스로 인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44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감염됐다. 당시 격리된 사람만 2만5000여명으로, 현재 국내 메르스로 인한 격리자 5000여명의 5배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토론토에 대한 여행을 금지했다.
메르스 유가족과 의료진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신경정신병원 전문의는 "당시 캐나다는 우리보다 훨씬 공포감이 컸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사스 유사 증세를 호소하는 집단 심리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박 전문의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당연한 반응으로 받아 들이고, 인터넷과 SNS 정보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등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메르스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술이나 약물보다 불안감에 대한 대화를 자주하고 증상이 심각할 경우 전문가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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