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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한국판 메르스…테스트베드 汚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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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전문가들, '한국판 메르스' 특이 연구 필요성 제기

[과학을 읽다]한국판 메르스…테스트베드 汚名 ▲관계자들이 '한국판 메르스'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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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모든 것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한국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국판 메르스'에 대해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특별하기 때문이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런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한국판 메르스'는 앞으로 메르스에 대한 대책 마련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광이라기보다는 정말 '얼굴 팔리는', 시쳇말로 말로 하면 '쪽팔리는' 일입니다. '낙타 재채기' 한 번에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판 메르스는 집중 발병, 정부의 무대책, 메르스 확산이라는 총체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 환자 감염경로 여전히 파악 못하는 韓 = 확진자가 4명 늘어 12일 현재 우리나라 전체 환자는 126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중동을 다녀온 68세의 최초 감염자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초 감염자가 중동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나아가 어디에서 전염됐는지를 밝히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이 첫 감염자가 다녀온 중동 4개국에 협조요청을 했는지 조차 의문입니다. 첫 환자는 수십 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과학매체의 세 바퀴인 네이처, 사이언스,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잇따라 우리나라의 메르스 상황을 전하면서 일관되게 "정보와 소통의 부재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중동에서 메르스 감염 유형을 몇 가지로 정리합니다. 우선 낙타가 재채기를 할 때 수많은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사람에 감염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낙타유를 그대로 받아 멸균하지 않고 마시는 문화가 있다는데요. 여기에 낙타를 도축할 때 생고기를 만졌다가 메르스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문제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두고 메르스가 정확히 어떻게 어떤 경로를 통해 인간에 감염되는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한국판 메르스'로 이런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판 메르스'의 특이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메르스는 현대 라이프스타일이 촉매= 이런 가운데 메르스가 현대 생활습관과 결합되면서 치사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네이처지는 9일(현지 시간) 한국판 메르스 사태를 전하면서 "낙타가 더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메르스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 않다"며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감염자가 많은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흔한 당뇨병과 결합되면서 치사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메르스는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로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이어 박쥐가 낙타에 바이러스를 옮겼고 낙타와 접촉한 인간이 감염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죠. '인간 대 인간'의 전염성을 아주 낮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확산 속도가 집중돼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슈퍼 전파자' 한 명이 수십 명을 감염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급속히 전파된 '한국판 메르스' = 이 부분에서 네이처지는 낙타가 더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낙타는 약 26만 마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더 많은 낙타가 있습니다. 소말리아는 700만, 케냐에는 300만 마리의 낙타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네이처지는 "이처럼 낙타가 훨씬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는데요. 낙타가 전혀 없는-물론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낙타가 있습니다. 이들 낙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메르스 음성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메르스가 창궐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겁니다. 아프리카와 사우디아리비아의 메르스에 대해 그 원인으로 네이처지는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우선 열악한 감시망과 통계 시스템으로 감염자가 발생했는데도 아프리카에서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것이란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메르스가 덜 위험하고 덜 심각할 것이란 진단인 거죠. 두 번째 가설로 네이처지는 '현대 생활습관'을 꼽았습니다. 메르스는 현대 생활습관이 촉매제가 되면서 가속화됐을 것이란 설명인데요. 실제 메르스는 기저질환(당뇨병 등)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치사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네이처지는 "현대 생활습관으로 생긴 당뇨병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흔하다"며 "이 같은 기저질환에 메르스가 침투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많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습니다.


◆테스트 베드 오명 쓴 韓 = 한국판 메르스 확산에 대해서 네이처지는 정확한 감염 경로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한국판 메르스'는 그동안 25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부분입니다.


네이처지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1200여명이 감염됐고 450명 정도가 사망했다"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는 전염되지 않고 바이러스 과량에 의한 병원내 감염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경우를 봤을 때 앞으로 메르스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지적했죠. 한국판 메르스 확산을 두고 바이러스 변종 여부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 메르스 확산 가설에서 제외됐다고 전했습니다.


네이처는 낙타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정확한 감염 경로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예컨대 동물의 시체나 피를 만져 감염되는 것인지, 아니면 낙타유나 오줌 등에서 감염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한국이 메르스 감염의 원천지인 중동 국가에 대해 모종의 압력 행사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감염 경로 정확히 파악해야 =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WHO) 박사는 "동물로부터 전염되는 사례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드로스텐 독일 본대학 바이러스학자는 "이번 한국판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중동 국가들이 메르스와 관련된 연구와 제대로 된 통제 시스템에 어떤 식으로든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판 메르스'에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배경 중에는 세계 어느 나라도 메르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에 있습니다. 언제든 유행할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한국판 메르스'에 대한 대처와 시뮬레이션, 이를 통해 방어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죠.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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