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과학을 읽다]한국판 메르스…테스트베드 汚名

시계아이콘02분 56초 소요

전 세계 전문가들, '한국판 메르스' 특이 연구 필요성 제기

[과학을 읽다]한국판 메르스…테스트베드 汚名 ▲관계자들이 '한국판 메르스'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AD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모든 것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한국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국판 메르스'에 대해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특별하기 때문이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런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한국판 메르스'는 앞으로 메르스에 대한 대책 마련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광이라기보다는 정말 '얼굴 팔리는', 시쳇말로 말로 하면 '쪽팔리는' 일입니다. '낙타 재채기' 한 번에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판 메르스는 집중 발병, 정부의 무대책, 메르스 확산이라는 총체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 환자 감염경로 여전히 파악 못하는 韓 = 확진자가 4명 늘어 12일 현재 우리나라 전체 환자는 126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중동을 다녀온 68세의 최초 감염자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초 감염자가 중동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나아가 어디에서 전염됐는지를 밝히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이 첫 감염자가 다녀온 중동 4개국에 협조요청을 했는지 조차 의문입니다. 첫 환자는 수십 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과학매체의 세 바퀴인 네이처, 사이언스,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잇따라 우리나라의 메르스 상황을 전하면서 일관되게 "정보와 소통의 부재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중동에서 메르스 감염 유형을 몇 가지로 정리합니다. 우선 낙타가 재채기를 할 때 수많은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사람에 감염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낙타유를 그대로 받아 멸균하지 않고 마시는 문화가 있다는데요. 여기에 낙타를 도축할 때 생고기를 만졌다가 메르스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문제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두고 메르스가 정확히 어떻게 어떤 경로를 통해 인간에 감염되는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한국판 메르스'로 이런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판 메르스'의 특이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메르스는 현대 라이프스타일이 촉매= 이런 가운데 메르스가 현대 생활습관과 결합되면서 치사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네이처지는 9일(현지 시간) 한국판 메르스 사태를 전하면서 "낙타가 더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메르스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 않다"며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감염자가 많은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흔한 당뇨병과 결합되면서 치사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메르스는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로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이어 박쥐가 낙타에 바이러스를 옮겼고 낙타와 접촉한 인간이 감염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죠. '인간 대 인간'의 전염성을 아주 낮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확산 속도가 집중돼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슈퍼 전파자' 한 명이 수십 명을 감염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급속히 전파된 '한국판 메르스' = 이 부분에서 네이처지는 낙타가 더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낙타는 약 26만 마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더 많은 낙타가 있습니다. 소말리아는 700만, 케냐에는 300만 마리의 낙타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네이처지는 "이처럼 낙타가 훨씬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는데요. 낙타가 전혀 없는-물론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낙타가 있습니다. 이들 낙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메르스 음성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메르스가 창궐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겁니다. 아프리카와 사우디아리비아의 메르스에 대해 그 원인으로 네이처지는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우선 열악한 감시망과 통계 시스템으로 감염자가 발생했는데도 아프리카에서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것이란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메르스가 덜 위험하고 덜 심각할 것이란 진단인 거죠. 두 번째 가설로 네이처지는 '현대 생활습관'을 꼽았습니다. 메르스는 현대 생활습관이 촉매제가 되면서 가속화됐을 것이란 설명인데요. 실제 메르스는 기저질환(당뇨병 등)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치사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네이처지는 "현대 생활습관으로 생긴 당뇨병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흔하다"며 "이 같은 기저질환에 메르스가 침투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많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습니다.


◆테스트 베드 오명 쓴 韓 = 한국판 메르스 확산에 대해서 네이처지는 정확한 감염 경로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한국판 메르스'는 그동안 25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부분입니다.


네이처지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1200여명이 감염됐고 450명 정도가 사망했다"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는 전염되지 않고 바이러스 과량에 의한 병원내 감염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경우를 봤을 때 앞으로 메르스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지적했죠. 한국판 메르스 확산을 두고 바이러스 변종 여부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 메르스 확산 가설에서 제외됐다고 전했습니다.


네이처는 낙타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정확한 감염 경로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예컨대 동물의 시체나 피를 만져 감염되는 것인지, 아니면 낙타유나 오줌 등에서 감염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한국이 메르스 감염의 원천지인 중동 국가에 대해 모종의 압력 행사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감염 경로 정확히 파악해야 =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WHO) 박사는 "동물로부터 전염되는 사례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드로스텐 독일 본대학 바이러스학자는 "이번 한국판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중동 국가들이 메르스와 관련된 연구와 제대로 된 통제 시스템에 어떤 식으로든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판 메르스'에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배경 중에는 세계 어느 나라도 메르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에 있습니다. 언제든 유행할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한국판 메르스'에 대한 대처와 시뮬레이션, 이를 통해 방어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죠.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