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非운동권 뒤태·짧은 팔다리·느린 구속…그래도 강한 이 남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두산 유희관, KBO 리그 다승 공동 1위·ERA 2위
약점인 왼손타자 승부도 올해엔 극복

非운동권 뒤태·짧은 팔다리·느린 구속…그래도 강한 이 남자 프로야구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사진=김현민 기자]
AD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상상해 보자. 프로야구 두산의 왼손투수 유희관(29)이 메이저리거가 되어 강정호(28)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한다. 1ㆍ2번 타자는 조시 해리슨(27)과 그레고리 폴랑코(23). 해리슨은 정확한 데다 장타력도 있다. 폴랑코는 정교함이 떨어진다. 유희관은 해리슨에게 주로 바깥쪽 공을 던진다. 직구와 슬라이더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그에게는 오른손타자에게 던지는 결정구 싱커가 있다. 폴랑코와는 공격적인 승부를 할 것이다. 장타를 맞을 위험이 적어 몸쪽 승부도 서슴없다.

다음은 강정호가 있는 중심타선. 5번 강정호는 빠른 공에 강하다. 초구는 변화구, 방향은 바깥쪽이다. 몸쪽 승부를 했다가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 낭패다. 직구는 스트라이크를 잡기보다는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 '보여주는' 공이다. 하위타선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는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29)다. 최근 열다섯 경기 성적이 타율 0.408 1홈런 7타점이다.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초구는 떨어지는 변화구가 효과적이다. 2구는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파고드는 직구. 같은 구종을 잇달아 던질 이유가 없다.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은 다음에는 바깥쪽 싱커나 허를 찌르는 몸쪽 직구 등 던질 공이 많다.


올 시즌 유희관표 '느림의 미학'은 더 진화했다. 그는 열두 경기에서 80이닝을 던지며 8승 2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다승은 알프레도 피가로(31ㆍ삼성)와 공동선두, 평균자책점 2위, 최다이닝은 6위다. 유희관의 투구는 지능적이다. 매 투구에 분석과 성찰이 담겼다.

그의 지적인 투구의 하이라이트는 최근 등판이었던 9일 LG와의 잠실 경기 2회말이다.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양석환(23)과 유강남(22), 황목치승(29)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삼진을 유도한 공은 모두 싱커였다. 유희관은 당시 상황을 "점수를 내준다는 생각을 하고 편하게 던지려 했다. 다만 실점 위기 때는 더 집중이 된다"고 설명했다.


非운동권 뒤태·짧은 팔다리·느린 구속…그래도 강한 이 남자 프로야구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사진=김현민 기자]


선발투수 유희관은 '최소 6이닝은 채운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에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실점) 횟수는 중요한 지표다. 올 시즌에는 열두 차례 등판에서 여덟 번을 기록해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올해는 지난해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이닝(177.1이닝) 기록도 경신하고 싶어 한다.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 그는 1회 투구에 가장 집중한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 제구가 잡혀가는 유형의 투수다. 경기 초반만 잘 넘기면 뒤로 갈수록 공에 위력이 붙는다. 그는 "1회 실점이 많은 편이다. 공을 던지면서 몸이 풀리는 편이라 1회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두산 감독(47)도 "유희관 같은 투수가 포수 입장에서는 편한 투수다. 올 시즌 몸 상태나 승수 쌓기 흐름이 정말 좋다"고 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부터 오른손타자에게 결정구로 던졌던 싱커를 왼손타자에게도 던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왼손타자를 상대할 때 애를 먹었다.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337로, 오른손타자(0.259)보다 높았다. 올해는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떨어지는 궤적이 다른 싱커도 위력이 배가됐다. 그 결과 올해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279까지 떨어졌다. 지난 9일 그를 상대한 양상문 LG 감독(53)은 "공을 맞히는 지점을 평소보다 뒤쪽에 두고 2스트라이크 이전에 노려 치는 승부가 필요하다"며 "끌려다녀서는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 타자 입장에서는 어떤 공이 올지 예상하기 어려워 대처가 쉽지 않다"고 했다.


유희관은 경기가 없는 날에는 달리기 훈련을 하며 몸을 가볍게 하는 데 집중한다. 선발 등판 다음날은 경기장을 40분가량 꾸준히 뛰고, 그 뒤 이틀은 좌우 외야 끝을 열 차례 왕복하는 훈련을 한다. 그리고 선발 등판 하루 전에는 순발력 향상을 위해 단거리를 빠르게 뛴다. 유희관의 다음 등판은 오는 14일 NC와의 잠실 홈경기다. 올 시즌 NC를 상대로는 5월 28일 마산 원정경기에 등판해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다만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에서는 여덟 경기 6승 1패 평균자책점 2.41로 잘 던졌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