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안드로이드에 애플 뮤직 앱 출시
직접 수익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만 '크로스 플랫폼' 전략 택해
2003년 윈도우용 '아이튠즈' 출시 이후 두번째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애플이 '애플 뮤직'을 안드로이드에 출시하면서 콧대를 낮췄다. 자사 플랫폼만 강조했던 애플이 안드로이드를 모바일의 '윈도우'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더 버지는 애플이 iOS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애플뮤직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고집했던 '애플 이니셔티브'를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면 안드로이드 개발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애플은 3억달러에 비츠뮤직을 인수했고, 비츠뮤직은 이미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돼있다.
애플이 이런 수고를 감내한 것은 아이튠즈와 사파리를 윈도우에 출시했을 때 뿐이다. 아이튠즈와 퀵타임,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를 MS의 OS로 내놓은 것을 제외하면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애플 기기용으로만 출시됐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는 데스크탑 PC 운영체제를 독식한 윈도우처럼 모바일에서 엄청난 영역을 확보했다. 전체 스마트폰 기기의 80%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다.이에 애플은 더이상 iOS만을 위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신규 사업자인 애플로서는 iOS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윈도우용 애플 뮤직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이같은 사업방식의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지난 2003년 애플이 아이튠즈를 윈도우용으로 출시했을 때, 당시에는 애플이 타사 서비스와 협력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아이튠즈는 고립된 소프트웨어의 사례가 되고 말았다.
애플 뮤직을 안드로이드에 출시한 것은 스포티파이와 대적하기 위한 것이며, 애플이 뉴스 앱 같은 새로운 서비스까지 안드로이드에 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용으로 출시된 아이튠즈와 안드로이드에 출시되는 애플뮤직의 공통점은 수입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애플은 직접 음악을 판매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때만 윈도우·안드로이드 이용자들에게까지 선택권을 준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OS에 저장된 연락처, 사진 등의 정보를 iOS용으로 변환시켜주는 'Move to iOS'를 출시한 이유도 안드로이드에서 iOS로 갈아타려는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애플 뮤직을 통한 애플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은 IT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베리는 BBM, MS는 윈도우, 닌텐도는 자사의 콘솔에서만 서비스해왔지만 이미 디바이스와 상관없이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들이 확산되는 추세다.
MS도 클라우드와 모바일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전략으로 바뀌었고 구글은 일찌감치 이런 방향을 추구해왔다. 애플 역시 '애플뮤직'으로 자사 기기에서 독립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흐름에 동참했다.
애플 뮤직은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라디오 기능,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커텍트 기능 등이 포함돼있다. 월 이용료는 10달러다. 오는 30일부터 전 세계 10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출시국에서 한국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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