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젊은 세대와 상생카드 내민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정부가 소신껏 논의하도록 물꼬 터준 것"
"일하는 노인 많아지면 노년기 4고(苦) 해결"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지'로 시작되는 유행가 '내 나이가 어때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쉬운 멜로디도 한 몫 했겠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가사가 이 시대 어르신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법적 또는 사회적으로 노인이 되는 나이는 65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노인 연령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65세가 되면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하고 기초연금 대상이 되는 등 정부로부터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가장 많은 노인 회원을 보유한 대한노인회가 지난달 현행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공론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244개 시·군·구지회를 비롯해 6만4000여개의 경로당을 관할한다. 300여만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절반 정도가 회원인 셈이다.
불과 5년 전 다른 단체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는 오히려 앞장서서 반대의사를 표해 온 대한노인회에 어떤 변화가 생긴걸까. 이심 대한노인회장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 회장은 "5년 전과 비교해 현재는 노인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 더 바뀔 것"이라며 "정년이 늦춰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 상생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노인인구는 540만명이었고, 현재는 665여만명이다.
그는 "대한노인회가 5년 전 반대했던 상황때문에 우리사회가 노인들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가 먼저 나서 노인연령 상향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정부나 전문가들이 노인들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논의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한노인회의 입장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일부에서는 '노노(老老)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기타 다른 노인단체들은 '노인연령 70세 상향은 노인복지 후퇴'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인 연령이 높아졌을 경우 직격탄을 받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인 170만명에 달하는 65~69세 노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대한노인회가 사전에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통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식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사전에 정부와의 교감 또는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대한노인회가 복지정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있는 단체도 아니고 그런 단체가 돼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는 식이다. 이 회장은 "졸속으로 변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기관과 전문가들이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라며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일하는 복지'를 강조했다. 노인연령이 상향 조정되면 복지비 지출이 줄 것이고, 이 재원을 노인 일자리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하는 노인이 많아지면 노년기의 4고(苦)라고 불리는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노인들 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며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일을 통해 보람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노인들의 경험과 역량에 맞는 일자리를 갖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노인회도 노인취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취업지원본부를 두고 1년에 2만5000~3만명을 취업시키고 있다. 이 밖에 노인이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사업, 노인봉사대 양성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에는 교육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건축은 부영이 맡는다. 대한노인회와 교육원을 운영하며 노인들의 일자리교육과 교양, 문예교육 등 노인 전반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는 "교육원 설립으로 노인인력을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개발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정말 노인들이 우리 사회의 든든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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