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문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 같다고?" 뉴스를 보던 고등학생 조카가 불현듯 "기준금리가 메르스와도 관계가 있어요?"라며 묻습니다. "응. 지금이라면 관계가 있지"라고 답했더니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며 갸우뚱거립니다. '지금이란' 단서를 붙어 헷갈리겠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선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그것도 아주 밀접하게요.
메르스 공포가 강타한 후 소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죠. 주말동안 대형마트, 음식점, 영화관은 손님의 발길이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한국 여행 취소사태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마저 메르스 직격탄에 얼어붙으면서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 겁니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현재 연 1.75%)를 결정합니다. 금통위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지난 4월과 5월엔 ‘향후 경기를 지켜보겠다’며 동결했고요.
만약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금리도 따라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자금 수요 증가와 통화량 증가를 유도해 기업투자 확대와 가계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경제에 대한 전망이나 예상을 변화시켜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기준금리를 더 내려 메르스의 여파로 꺼져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효과를 얻자는 취지에서죠.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늘 이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금리 조정은 시장금리나 물가, 생산, 소비, 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여러 경로로 금융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금융과 경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기대와 다를 수 밖에 없겠죠.
지금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지속된 경기불황에 작년 하반기 후 기준금리를 3번 낮췄지만 수출이나 내수 성적표는 여전히 기대를 밑돌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후 가계부채 급증이란 부작용이 심각해졌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부채)은1099조 3000억원에 달합니다. 전분기 대비 무려 12조 8000억원이나 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형국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대체적인 기류는 추가 인하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에 더 기대를 걸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죠.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4월 산업생산과 5월 수출 부진, 소비자물가 저공비행 등으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추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메르스와 엔저에 직면했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를 예상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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