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집게 다리 6개가 달린 해저로봇 '크랩스터'는 이름 그대로 게(Crab)와 가재(Lobster)를 닮았다. 수심 200m에서도 초당 0.25m 속도로 이동하며 주변 환경을 카메라에 담고 수심, 수온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조류가 세고 시계가 좋지 않은 서해 등의 특수환경을 고려해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보행로봇이다.
크랩스터CR200의 첫 실전 투입은 지난해 4~5월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장소는 조류가 세기로 이름난 맹골수도다. 한달간 지원기간 중 2박5일 출동해 세월호 형상 수중음파를 촬영하고 주변 물체를 식별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중체류시간은 15시간 36분, 해저 체류시간은 11시간 21분, 최대수심은 46m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개발이 진행되던 단계라 크게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도 남겼다.
2010년부터 개발업무를 수행중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이후 보행속도를 2.5배 높이고, 헤엄치는 기능을 추가했다. 주어진 경로를 자동으로 추정하며 탐색하는 기능도 보완했다. 가장 최근에는 태안 마도해역에서 4차 수중시험을 통해 일년전 묻어둔 도자기를 회수하는 시험도 완료했다.
내년부터는 문화재청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해저 유물탐사 작업에 크랩스터를 투입할 계획이다. 해저로봇 없이 인력만 투입할 경우 연중 작업시간이 제약돼 발굴이 더디게 진행되는데다, 안전문제가 늘 걸림돌이다. 크랩스터는 수온이 낮고 조류가 센 환경에서도 24시간 체류할 수 있다. 작업시간이 줄어듦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수중로봇연구실장은 "세계 최초로 최대 규모의 해저보행로봇 개발에 성공했다"며 "본과제가 내년 최종종료되는 만큼, 1번 더 수중시험 등을 거치고 지속적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랩스터는 향후 세월호 인양과정에서도 선박과 해역 데이터 수집 등 지원업무에 투입될 전망이다. 무거운 물건을 잡아올린다거나 선박 내부에 진입해 촬영하는 작업 등은 어렵지만, 세월호 선체 주변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전 실장은 "배가 바닥에 어느 정도 깊이로 묻혀 있는지, 어떤 부분에 어떤 손상이 있는지, 현지 해역데이터와 시계 확인, 수중 잠수부 작업지원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랩스터CR200은 혼탁한 수중 내에서도 최대 150m 거리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고, 전방 15m 이내 초음파 동영상도 촬영가능하다. 8대의 광학카메라가 달려있는데다, 수심, 수온 등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앞다리 2기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7관절로 이뤄져 해저샘플도 채취할 수 있다. 조류가 센 서해 환경을 감안해 최대 유속 2노트에서 작업하고 3노트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 실장은 "크랩스터는 조류가 강하고 탁한 특성이 있는 서해에 맞게 개발돼 앞으로도 천안함 침몰 사고와 같은 비상시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2016년까지 해저탐사기기 개발에 예산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해저로봇 개발에 나섰다. 임무는 크게 두가지다. ▲해양과학조사, ▲해저구조물 또는 침몰선박의 조사관찰이다. 해양 물리, 화학, 생물, 지질 등 연구에 필요한 과학조사 데이터를 취득하고, 필요한 샘플을 채취한다. 또 해저구조물과 침몰선박 등에 접근해 관찰하고, 와이어 절단, 드릴링 등의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수심 200m에서 해저를 탐사하는 크랩스터 CR200에 이어 수심 6000m 아래까지 내려가는 크랩스터 CR6000도 개발할 방침이다. 이 경우 전 세계 해역의 97% 이상을 탐사할 수 있게 된다. 하드웨어 제작은 연내 마치고, 수중 시험은 이르면 내년 가을 중 실시한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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