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창궐한 경기도의 B병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첫 확진환자가 사흘간 입원한 이 병원에서 감염자 대부분이 나왔지만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4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확인된 메르스 환자 5명 가운데 B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3명이다. 최초 확진자의 입원 첫날인 지난달 15일 이 병원에 문병을 다녀온 2명과 간호사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날까지 확인된 환자 35명 가운데 27명(77%)이 병원에서 나온 셈이다.
문제는 최초 확진자와 멀리 떨어져 있던 환자 13명과 방문객 11명도 감염된 점이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환자의 비말(큰 침방울)을 통해 옮겨가는 전염병인 만큼 2m 안팎의 거리에서 밀접 접촉한 경우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의 사촌격인 사스는 공기감염 추정 사례 3건 모두 청진기와 배기구 등의 매개체를 통해 옮겨졌다.
이 때문에 B병원 감염사례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병원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는 특이한 경우"라며 "복도의 환경오염 등을 조사할 때 공기감염의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B병원의 메르스 창궐로 공기 감염이나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한국에 대한 메르스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에 "호흡기 감염병과 초기 메르스 증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메르스 환자와 다를 수 있다"며 철저히 대비하라고 권고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공기 전염이나 변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호흡기 감염병은 공기전염 사례가 없다"면서 "호흡기 치료를 위한 시술에서 일시적으로 에어로졸(미세입자)이 발생할 수 있지만 환기가 유지되면 공기 감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B병원은 올해 2월 400병상 규모로 개원한 신축 건물이다. 일각에선 병원설계나 병원내 관리 소홀을 지적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환자가 사흘간 입원했던 만큼 복도나 검사하는 동안에 마주쳤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중대본은 B병원 내 설치된 CCTV를 확보하고, 현장 역학조사 등 원인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 유입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여부도 국제 검사기관을 선정하지 못해 결과가 늦어지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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