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진료병원 공개 목소리 커져…'심리적 공포'로 외출마저 꺼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둘러싼 핵심 정보 공개를 주저하고 있어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해 "대처 방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진단을 한 후에 그 내용을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정보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국민을 안심시킬 정보공개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보차단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 보도 역시 병원 이름이 영문 이니셜로 표기돼 있어 일반인들은 해당 병원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확진 환자가 연일 증가하면서 국민의 '심리적 공포'는 극대화되고 있다. 이미 국민 생활 곳곳에서 메르스 사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는 일시 휴업에 들어가거나 체험학습·수련활동 등 야외활동을 취소하는 모습이다.
만성 질환자인 노인들과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평소 병원 출입이 잦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에 가도 되는 것인지 걱정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인들도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출퇴근을 선호하는 등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메르스를 둘러싼 각종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교수는 "정보에 대한 불안감이 핵심 이유다. 정부의 정보독점이 불신을 만든다"면서 "구제역 파동 때는 농림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힘을 쏟으면서 국민 불안을 조기에 차단했다. 정부는 과거 모범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을 계기로 재난적 감염병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근본 해법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국은 감염병실도 다인실로 돼 있다. 감염병의 경우 1인실도 보험적용 대상임에도 수익성만을 따지는 국내 병원의 전반적인 상업화가 감염 확산의 원인 중 하나"라면서 "정부는 재난적 감염병 종합대책을 세우고, 공공 방역과 공공 의료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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