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정부에 '아몰랑' 전염병이 돌고 있는 것이다. '아몰랑'은 '아, 나도 모르겠어'를 줄인 온라인상의 유행어인데 이번 메르스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감 없는 처사와 딱 맞아떨어진다. 왠지 정부 관계자들이 어디선가 '아몰랑'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몰랑'스러운 현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더 확산되기 전에 서둘러 방역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우선 '아몰랑' 증상이 심각해 보이는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미 이 국가적 위기에도 '아몰랑 미국갈래'할 채비만 갖췄다는 오해를 살만했다. 실시간으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5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정부는 한 시간 전 이 사실을 발표했었다.
보건당국의 수장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몰랑' 증상을 보였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공식 일정을 소화했지만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문 장관은 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현황과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것은 메르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위생을 위해 장려한다. 그러나 굳이 메르스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스크가 굳이 필요 없다고 했던 문 장관은 지난달 23일 인천공항 검역소를 방문해 메르스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민간전문가 자문회의를 주재하던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몰랑'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그래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손발이 안 맞아 서로 '아몰랑'하는 집단 감염 증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 명단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데 KTX역에는 해당 병원 명단이 공개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일 충북 오송역에는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 11곳의 명단이 게재됐다가 뒤늦게 철거됐다. 이 안내문에는 메르스 예방 수칙과 함께 현재까지 확진 환자가 거친 병원 11곳의 명단이 그대로 실렸다. 해당 지역이나 병원 방문을 당분간 자제하라는 친절한 권고까지 있었다. 게다가 이미 병원 리스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상황에서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을 공개하라는 여론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파장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아몰랑'식 메르스 예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 피하기" "멸균되지 않은 낙타 고기 피하기" 등 비현실적인 내용이 포함된 메르스 예방법을 공개했다. 도대체 국내 어디서 낙타와 접촉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일반 국민에게는 하나마나한 권고를 한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낙타를 고기로 먹기는커녕 낙타라는 단어를 타이핑하는 게 거의 6개월 만이다" "출근할 때 당분간 낙타는 타지 말아야겠다" "요즘 길 너무 막혀서 낙타 1종 따려고 했는데" 등의 반응을 쏟아 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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