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우리나라의 중추산업으로 경제발전에 핵심 역할을 했던 조선업계가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신규 투자를 연기하는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4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자회사 10곳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6개 회사를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회사는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드윈드, 대우조선해양트렌튼,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 대우조선해양건설, FLC 등 6곳이다. 이들 회사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거나 조선업과 관계없는 비주력 회사들이다. 비핵심사업을 정리해 몸집을 가볍게 만든 후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1997년 루마니아 정부와 함께 인수한 대우망갈리아 조선소는 지난해 1774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올해 1분기에는 7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북미에 있는 풍력부문 자회사 드윈드와 트렌튼 역시 매년 영업손실이 쌓이고 있다. 지난해 말 매각을 추진했다 실패했던 FLC도 정리 대상이다. 골프장 '써니포인트컨트리클럽'과 연수원 '퓨처리더십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FLC 매각을 위해 다음달 입찰 공고를 다시 낼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중국에 있는 블록공장인 산동유한공사도 정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10월 조선 계열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함과 동시에 회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를 하나로 묶어 몸집을 줄었다. 이달 들어선 수익창출이 어려운 금융계열사 3곳을 통폐합하고 현대종합상사의 브랜드·식음료 사업을 떼내 신설법인을 세우는 등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앞서 올해 초엔 과장급 이상 사무직 110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실적이 부진한 풍력사업에 대한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 풍력발전 업황이 악화돼 적자가 쌓이자 풍력발전사업부를 해체하고 유럽 연구개발(R&D) 센터를 정리했다. 기존 풍력발전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흩어지고 해당 임원들 또한 자리를 옮기거나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한 내부적으로 추진하던 동남아시아 지역 조선소 설립은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현재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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