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 전략 수정에 고심하고 있다. 가격인하 부터 제품 기획 방향까지 총체적인 재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격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나란히 차량 가격 인하에 나섰다. 신차 판매 둔화가 업계 선두권 업체들이 저가 전략을 유도한 셈이다.
중국의 올해 1~4월 신차 판매 증가율은 7.7%에 그쳤다. 지난해와 2013년 같은 기간 판매 증가율은 9.9%와 16%였다. 그런데 폴크스바겐의 1분기 중국 시장 판매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에 충격받은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12일 중국 내 판매 가격을 5000~1만위안씩 인하했다. 이에 맞서 GM은 폴크스바겐보다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26일 중국에서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로레알의 가격 인하는 중국 재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중국이 수입하는 의류, 신발, 화장품, 기저귀 등 일부 소비재의 관세를 절반 가량 인하한다고 밝힌 후 결정됐다.
명품 브랜드도 가격 파괴에 나섰다. 샤넬은 지난 4월부터 일부 핸드백에 대한 중국 판매가를 21% 낮췄고 스위스 시계 브랜드 파텍필립 및 태그호이어도 홍콩과 중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현재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이미 90%를 넘어서 더 이상 신규 가입자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분석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3월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9880만대에 그쳤다. 6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이 축소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6c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는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은 2013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보급형 아이폰 5c를 내놔 실패를 맛 봤지만 재차 저가 스마트폰 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저가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온 중국 업체 샤오미는 온라인에 집중해온 판매 전략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고가 스마트폰시장 공략으로 애플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는 레노버의 양 위안칭 최고경영자(CEO) 역시 "판매량보다는 이익을 낼 수있는 사업을 해나갈 것 "이라며 기존의 저가 중시 사업전략을 전환할 의향을 나타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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