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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말하는 은행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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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개혁 현장점검반' 가동 6주째…62개사 방문, 1084건 건의 받아
금융당국 관계자 잘 못만나던 지방銀 반응 좋아…"은행별 성향, 몸소 느껴"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말하는 은행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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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조은임 기자]금융당국의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은 최근 찾은 지방 A은행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쳐있는 표정의 다른 은행과 달리 A은행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한 점검반원은 "행원들의 얼굴이 좋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커 보였다"며 "'이런 곳이 좋은 회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반면 외국계 B은행은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정부를 향해 금융개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기회인데도 왠지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다. 제안하는 내용도 하나같이 다른 곳에서 나왔거나 기존에 조치된 부분들이었다. 점검반 관계자는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정부가 금융규제 애로점을 직접 들어보겠다며 현장점검반을 출범한지 두 달 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점검반은 매주 은행ㆍ보험ㆍ금융투자ㆍ비은행 업권별 2~3개 회사를 방문한다. 내년까지 1년 동안 400회 현장방문을 목표로 한다. 점검반은 지난달 초 이후 6주 동안 62개 금융사를 방문해 1084건의 건의를 받았다.


전국을 돌며 금융회사를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레 회사별 성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점검반은 주로 과ㆍ차장급 실무진을 상대로 애로사항을 듣는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특성이 가장 몸에 잘 배 있는 이들이다.


C은행은 왜 이 곳이 업계서 리딩뱅크로 불리는지 고개를 끄덕인 경우다. 자료 준비부터 발표까지 빈틈이 없었고, 내용 또한 방문했던 회사 중 가장 알찼다는 후문이다. 회사 발전을 위해 필요한 내용임은 물론이고 정부로서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적들이었다. 점검반 은행ㆍ지주팀 관계자는 "회사를 위해 어떻게 바꿔야 하겠다는 의식이 강하더라"며 "왜 업계 최고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금융당국이 점검반을 꾸려 금융사들을 직접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점검반을 맞이하는 태도는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이 더 뜨거웠다. 지방은행 본점 직원들은 평소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환경이 작용했다. 한 지방은행 부행장은 "점검반이 온다고 하자 직접 업무를 하지 않는 이들도 나와서 구경을 하더라"며 웃었다.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간 차이점도 극명했다. 외국계 특유의 개인주의 문화가 반영됐는지 국내사들보다는 금융개혁 목소리를 제기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점검반은 방문 일주일 전 금융사에 방문날짜를 알려준다. 이후 금융사는 부서별로 현재 금융규제와 개선 여부를 파악한 뒤 방문 하루 전 점검반에 전달한다. 이를 기초로 방문 당일 당국과 금융사가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점검반은 금융사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무집기 등 지원은 일체 사양하고 있다. 방문시간도 철저히 금융사 실무진의 일정에 맞춰 정한다. 최근 점검반이 다녀간 한 은행 관계자는 "간단한 다과나 음료를 준비해두겠다는데도 한사코 거절하더라"며 "과거 금융당국의 방문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고 전했다.


일부서는 엉뚱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 점검반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업계 전체에 적용하는 규제를 자신들만 제외해 달라는 식이었다. 점검반 관계자는 "규제를 만든 이유가 있는 만큼 무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불수용 조치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점검반이 접수한 내용 중 대출 실행 전후 1개월간 펀드 가입을 막는 '꺾기'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조치가 완료된 447건 중 수용은 219건, 불수용은 109건, 추가검토는 119건이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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