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위, 삼성측 사과 1년 만에 내달 권고안 제시할 듯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부회장)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개 사과한 지 꼭 14일로 1년을 맞은데 이어, 다음달이면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의 협상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보여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 협상 주체들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15일 조정위에 따르면, 조정위는 권고안을 만들기 위한 산업보건분야와 법률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이달 말까지 받을 계획이다. 지난 3월 공개 협상에서 협상 주체들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 만큼, 의견을 종합해 조정위가 제안하는 권고안을 내놓겠다는 것.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현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있다"며 "조정위원 상호 간의 의견도 조율하기 위해 조정위 내부적으로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문은 이달 말 완료되지만, 확정된 권고안을 언제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각 주체간의 의견 차가 크기 때문에 조정위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권 부회장이 공개 사과를 한 후 지난 1년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반도체 근무 환경과 백혈병의 과학적 인과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해자 가족위, 반올림과 협상을 진행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인과 관계가 없어도 자사 사업장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우선은 문제 해결에 나서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년간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는 '양보의 미덕'도 보이고자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소송 보조참가 불참을 통해 사실상 소송중인 근로자들의 산재처리를 용인했고, 최근에는 가대위와 함께 백혈병 발병자들의 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안에 접근해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협상에 상당한 진전도 있었다. 구체적인 보상안에서 의견을 좁혀 가며 조정위원회를 설립한 것. 현재 조정위 설립 후 더이상의 전진은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 지난 1년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번 협상에서 삼성전자는 백혈병을 비롯한 비호지킨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골수종 등 모든 종류의 혈액암을 보상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승인 이력이 있는 뇌종양과 유방암도 추가했다. 반올림은 보상 대상에 모든 암과 천암성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자연유산이나 선천성 기형 등 생식보건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위도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 범위에 생식기 암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가대위 관계자는 "얽히고 뺪혀 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조정위원회에 전달했다"면서 "조정위원회가 검토중인 사안인 만큼 전달된 의견을 밝힐 수는 없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조정위 권고안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조정위원회가 오는 6월 조정결과를 내 놓기로 한 만큼 결과 이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 방침을 '양보'로 정한 만큼 최대한 양보하는 자세로 피해자들을 구제하겠다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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