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끌어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환율 방어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현지시간)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1093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위안화 환율은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하루 ±2%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상하이·홍콩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의 가치도 동반 상승 중이다.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 유도는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이 통화완화 정책 등을 통해 자국 통화가치 떨어뜨리기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도 지난해에 이어 연 초까지만 해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더 이상 지켜보지 않고 절상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 대해 위안화 국제화 및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의식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다른 신흥국 통화 처럼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불안정하게 움직일 경우 위안화 위상을 높이려는 정부의 목표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WSJ은 또 중국이 경제성장 모델을 수출·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어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수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도 중국이 다른 국가들처럼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통화전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 통화·재정 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는 하지만 위안화 위상 격상 목표가 있기 때문에 위안화 절하를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하이 소재 자우퉁(交通)은행의 천후페이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가치는 연말까지 완만한 속도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기부양 노력이 효과를 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면서도 시중 상업은행들에 예금금리를 높이지 말고 종전 수준을 유지해 달라고 지시하며 경제 성장 촉진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지양할 경우 더 많은 자금이 중소기업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중앙정부도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고 지방 정부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긴급 처방을 내렸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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