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나부끼는 노랑 리본들이 흔들어도 아무리 흔들어도 돌아오는 이 없이, 아픈 일 년을 그렇게 보냈다. 가슴, 가슴에도 노란 리본을 달았다.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했으나 노랑 리본만 바람을 부를 뿐 아무런 대답이 없다.
노랑은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의 파장 범위(약 350∼700nm) 안에서의 색중 가장 밝은 색이다. 거의 모든 문명에서 태양빛, 행복, 따뜻함 그리고 명랑하고 생동감을 느끼는 색으로 여긴다.
지역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나 흰두교에서는 신을 상징했다. 일찍이 중국은 음양오행사상에서 비롯된 오방색(靑,赤,黃,白,黑) 중 황색을 중앙에 두고 황제의 색으로 했다. 즉 황제만이 입을 수 있는 색이었다. 정치, 문화적으로 그 영향권 내에 있었던 우리의 왕들도 노란색 옷은 입지 못했다. 고려 말 원나라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공민왕과 조선 말 고종황제가 잠시 황색포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질 뿐이다. 노랑이 최고 권위의 색이었음을 뜻하는 대목이다.
노랑에 대한 부정적인 상징성도 있다.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배신과 광기를 뜻한다. 황달, 말라리아, 페스트 같은 질병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것은 노랑색 염색에 사용되는 유독성 카드늄, 납, 크롬 그리고 소변의 색 때문인 것 같다. 이외에도 'yellow dog contract(黃犬契約: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조건하의 고용계약)', 'yellow journalism(선정주의)' 'yellow card' 그리고 중국에서 'yellow movie'는 성인물, 러시아에서 'yellow house'는 정치범이나 정신병자 수용소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금잔화의 노랑은 죽음을, 노랑장미는 질투나 부정(不貞)을 상징하기도 한다.
모든 색들에 검정색을 약간 섞으면 어두운 색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노랑은 검은색을 약간 더하면 어두운 노랑이 아니라 엘로우그린이 된다는 점도 특별하다.
노랑은 유채색 중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다. 그 정도가 빨강의 2.5배나 되고, 팽창해 보이는 색이다. 어린 아이들의 스쿨버스의 색, 위험이나 주위를 경고하는 색으로 사용되는 이유다.
노랑으로 리본을 만들어 가슴에 달고 나무에 묶으며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하게 된 유래나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는 어려워 보이나, 전설 같은 얘기가 따라다닌다.
1900년대 초에 수감생활을 마친 한 죄수가 뉴욕에서 플로리다 주로 가던 버스 안에서 버스 운전사에게 전해 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출소를 앞두고 차마 아내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자신을 용서한다면 집 앞의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놓아 달라고 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을 기다려왔던 아내는 그 동네의 모든 참나무에 노랑 리본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 사연이 글로, 노래로 그리고 영화를 통해 전해지며 노랑 리본은 더욱 널리 사용되게 됐다.
우리에게 노랑 리본은, 불행히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영혼을 부르는 슬픈 리본이 돼버렸다. 그러나 노랑 리본의 결말은 희망이고 기쁨이며 사랑의 재출발이다. 지난 1년간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을 슬프게 했던 노랑 리본이 이제 그 본연의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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