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혼란스럽다. 반등했던 경기 지표가 한 달 만에 꺾이는가 하면 실물경기와 자산시장의 움직임이 엇박자를 낸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는 국제수지나 수출입도 내용을 보면 문제투성이다. 경기상황에 적기 대응해야 할 경제부처와 중앙은행 책임자들도 딜레마에 빠져 허둥댄다.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세와 정책당국의 대책 없는 '지켜보기'에 서민의 주름살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는 경상수지의 움직임은 혼란스런 경제 지표의 표본이다. 지난 3월의 경상수지는 10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37개월째 흑자행진이자 역대 3번째로 큰 흑자액이다. 이 같은 경상수지의 호조를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월의 경상수지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수출은 1년 전보다 8.4% 줄었는데 수입은 그 두 배인 16.8%나 감소했다.
정부는 '국제유가의 하락'을 주원인으로 지목하지만 4월 들어서는 주력 수출품목까지 흔들리며 수출액에 이어 물량까지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상흑자의 누적에 따른 원화 강세는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반짝 상승했던 산업생산과 산매판매는 3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은 호조세다. 실물경기 지표와 자산시장의 이 같은 비동조화 현상은 경기진단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경기처방의 선택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미약하지만 회복세를 이어 간다'거나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등 하나 마나 한 말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당국자들의 언행은 국민의 눈에 자신감 없고 무책임한 자세로 비춰질 뿐이다.
취임 후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기세등등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들른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인 3.3%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처음으로 정부목표(3.8%)의 불가능함을 실토하면서도 추가 부양책을 펼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왜, 무엇을 더 기다려보자는 것인지 답답하다. 6월 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말하겠다는 뜻인데, 이대로 5~6월 두 달간을 허송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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