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메모’ 증거능력 법리공방 본격화…홍준표 “반대심문권 보장 안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은 '4·29 재보선'이 끝남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성완종 메모' 증거능력을 둘러싼 법리공방이 벌어지는 등 가시적인 수사결과물을 얻기까지는 첩첩산중의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을 발빠르게 소환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선거에 대한 부담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거물급 인사를 소환할 경우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 모드'를 이어갔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정치적 부담도 덜었다는 점에서 수사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수행비서 소환조사에 나서는 등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소환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실무자급 참고인이고 검찰에 제출한 일정 관련 자료가 형식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물어보는 선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낼수록 의혹 대상자들의 방어태세도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기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지목받는 홍준표 지사는 '성완종 메모' 자체에 대한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완종 메모'가 증거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남긴 메시지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도 있지만, 냉정히 따져볼 때 법원에서 유죄 입증의 판단 근거로 삼을지는 의문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성완종 메모와 같은 '전문증거'는 경험사실을 경험자 자신이 직접 구두로 법원에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 형식으로 법원에 전달하는 증거를 말한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전문증거는 증거로 삼을 수 없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전문법칙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실체적 진실발견에 필요한 증거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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