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부가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주택금융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작 서민의 개념이 불분명한 탓에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주택금융의 궁극적인 목표가 주거·생활안정인 점을 감안할 때 기본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타깃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발표한 '저성장시대 서민주거지원을 위한 주택금융의 역할과 과제' 연구결과에서 소득 3~6분위, 자산 6분위 이하 가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서민가구의 규모는 545만8000가구로 국내 전체 1840만가구 가운데 30% 정도라고 정의했다.
김 연구위원이 분석한 '서민가구 평균'은 총 자산 1억286만원, 부채 2120만원 정도며 한 해에 2945만원을 벌고 2247만원을 쓴다.
김 연구위원은 또 서민가구를 가구별 부채나 소득, 소비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구분을 기준으로하면 자산이나 소득이 부채·지출보다 많은, 경제상황이 좋은 서민은 445만가구로 서민가구 가운데서도 82%에 달한다. 반면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거나 지출이 많아 경제적 위험 가능성이 있는 가구는 100만가구 수준이다.
특히 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가구는 1.7%, 9만2000가구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주거비 부담이 큰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경제적 위험가구 비중이 더 컸다.
김 연구위원은 "위험가구의 경우 자영업자가 많은데 월세거주 비중이 높다"면서 "수도권에 사는 위험가구는 1인당 평균 거주면적이 18.7㎡로 매우 좁으며 경제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재무적으로 서민에 유리한 주거유형은 전세와 비아파트로 요약된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물량이 늘어나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공급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현 시장상황에서는 서민주거안정을 시장흐름에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서민가구의 주택금융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3%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주택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금리와 만기에 따라 상품을 택하고 있으며 전체 서민가구의 4분의 1 가까이는 대출금이 부족해 지인이나 신용대출, 추가 주담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서민'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없이 '중산층'과 혼용돼 서민주거 지원을 위해 운용중인 금융상품의 지원대상이 포괄적"이라며 "특히 지원프로그램이 국토교통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로 이원화돼 있어 종류가 다양하고 대출조건이 상이해 소비자가 혼란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주택정책·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식의 단편적인 대응은 주택금융의 본연 목표인 '서민주거 및 생활안정'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각 서민가구 집단별로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며 "서민가구는 '주거'와 '생활'문제가 공존하기에 통합적으로 연계해 지원할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서민주거지원종합금융기구 설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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