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의 2013년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들에 압력을 행사해 대주주 지분에 대한 무상감자 방침을 포기하도록 사실상 강요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 덕분으로 대주주였던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회사의 워크아웃을 승인받은 것 말고도 개인적으로 얻은 특혜성 이익이 158억원에 이른다. 무상감자 면제에 따른 손실 회피액과 이후의 주가상승 차익을 더한 금액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금감원의 담당 국장과 팀장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금감원으로 불러 직접 말하는 등의 방식으로 채권은행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무상감자를 제외한 워크아웃안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제출하게 하고, 다른 채권은행들에 '반대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승인을 강요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해당 팀장을 징계하라고 금감원에 요구했지만, 이미 퇴직한 해당 국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로비 대상자 명단을 둘러싸고 숱하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가 공식으로 확인됐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은 법규상 채권단 자율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금감원의 담당 국장과 팀장이 그렇게 부당하게 개입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감사원이 밝히지 않았다.
대주주 지분에 대한 무상감자가 없는 워크아웃안이 승인된 것은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려운 대단히 특혜적인 일이었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금감원의 부당개입 이유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임무를 해태한 것이고, 조사해놓고도 발표하지 않았다면 투명하지 못한 태도다.
금감원의 담당 국장과 팀장이 윗선의 지시나 외부의 압력이 없었는 데도 그런 행동을 했을 리는 없다.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은 배후 윗선의 당사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나 정치권의 고위 인사가 배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 전 회장이 당시 금감원 소관 국회 정무위윈회 소속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정ㆍ관계 요로에 로비를 일삼았음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그랬을 수 있다. 감사원은 조사한 내용을 검찰에 넘기겠다고 했다. 이제는 검찰이 윗선이나 외부의 배후를 밝혀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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