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금리 하락 반사이익…변동성 확대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 국채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이후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가 뚝뚝 떨어지면서 일본 국채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한 비중은 52%까지 늘었다. 현물거래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해 15조엔(약 135조3824억원)어치의 일본 국채를 순매수했다.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일본은행(BOJ)을 제외하면 외국인들은 일본 국채 최대 매수자다.
해외자금의 일본 국채 시장 유입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 1·4분기 외국인들은 일본 국채 3조3000억엔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ECB가 양적완화를 시행한 3월 이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더 확대됐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잔액기준으로 자국 투자자들이 여전히 국채의 90%를 보유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채권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독일을 비롯한 전통적인 안전자산 국채들의 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 일본 채권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독일 국채는 단기물은 물론 7년물까지 마이너스 금리 영역에 진입한 상황이다. 최근 9년물 독일 국채 금리도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의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반면 일본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0.31%, 5년물은 0.07%다. 일본 국채 금리도 낮지만 유럽 국채들에 비해서는 높다.
독일 국채 시장에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CB의 양적완화를 고려하더라도 독일 국채금리 하락세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다. '채권왕' 빌 그로스 전 핌코 회장 역시 독일 국채를 팔아 치우라고 권고했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서 "10년물 독일 국채를 매도해야하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라면서 지난 1993년 헤지펀드들의 공격으로 폭락했던 파운드화와 독일 국채를 비교했다.
그동안 꾸준히 떨어지던 독일 국채 금리는 공교롭게도 그로스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뒤 상승했다. 22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165%로 전날 0.101%보다 0.064%포인트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만 외국인들의 일본 국채 수요 증가가 채권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미즈호 증권의 야스노리 우에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외국인들의 역할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의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ECB의 양적완화 축소기에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면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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