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1.뉴질랜드 웰링턴의 한 목장에는 양치기 개가 없다. 대신 손에 작은 조종기를 든 목동이 있다. 이 목장 주인의 동생인 마이클 톰슨(22)이다. 톰슨은 자신이 직접 조립한 드론으로 양 1000여마리를 몬다. 톰슨은 "드론 덕분에 양을 치기 위해 말을 타지 않아도 된다"며 만족해 했다.
#2.최근 그룹 신화의 가수 김동완이 드론을 날려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는 취미를 즐기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방송 이후 드론 판매점에는 구입 문의가 쇄도했다.
'드론(Drone)' 전성시대다. 군사적 목적으로 출발한 무인 항공기 드론은 항공촬영, 택배배달, 음식서빙에 이어 양치기 개 역할까지 담당하며 상업화 시대를 열고 있다. 국제무인기협회(AUVSI)는 드론이 곡물 작황 조사, 대기오염 연구에서부터 석유 탐사 및 인터넷 보급, 보험 손해 사정에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히 시장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방위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드론시장 규모가 2013년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114억달러(약 12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발전이 드론 대중화, 상용화의 씨앗을 뿌렸다면 제도적 뒷받침은 열매를 맺게 할 거름이 될 전망이다. 과거의 무인항공기가 한 대의 엔진으로 움직였다면 현재의 드론은 여러 대의 모터를 동시에 움직여 기동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의 상업용 드론의 모습을 주도한 미국 최대 드론업체 3D로보틱스의 공동창업자인 호르디 무뇨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드론은 정교한 비행이 가능하고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며 상업적 용도로 충분히 활용할 수준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마련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상업용 드론 규제 방안은 기폭제 의미가 크다. FAA는 드론 규제 방안으로 과속ㆍ과적 금지, 저고도 비행, 조종자 필기시험 등의 기준을 정했다. 당장 이로 인해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드론을 통한 무인배달 계획에 일부 차질이 생겼지만 업계에서는 FAA의 규제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WSJ는 "드론의 대중화 시대를 예고하는 미국 항공 정책의 획기적 이정표"라고까지 평했다.
글로벌 항공 산업이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의 전유물이라면 상업용 드론 분야는 중국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서구 국가들이 중국에서 드론을 생산하면서 관련 산업 인프라가 발전한 영향이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난양(南陽)시는 지난해 12월 총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국제 무인기 항공문화 마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판 무인기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드론 기술은 지금도 발전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무선조종기로 인간이 조종할 필요 없이 스스로 판단해 비행하는 드론을 제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은 공중에 떠 있거나 비행 중에 사람이 접근하면 뒤로 물러서는 드론을 선보였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발전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보안과 비행 안전성을 높인 드론을 만들기 위한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SW) 부문의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다국적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체, 통신사가 참여한 '드론코드'가 꾸려졌다. 드론코드에 참여한 각 회원사들은 드론에 활용할 OS를 개발 중이다. 기업이 아닌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오픈파일럿'에서도 드론용 OS와 개방형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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