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서방의 제재와 루블화 약세, 저유가 지속에 따른 자국 경제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루블화가 안정을 찾은데다 전문가들도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흔히들 서방의 제재를 우려하지만 러시아에는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있어 경제가 앞으로 2년 안에, 아니 더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정책홍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경제가 벼랑 끝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고 최근 평했다.
지난해 12월 루블 가치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 러시아 중앙은행(CBR)은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해 루블 안정에 일조했다. 현재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14%다. 치솟던 물가는 안정된 듯하다.
물론 그 사이 러시아인들의 생활수준은 떨어졌다. 올해 1ㆍ4분기 인플레를 감안한 러시아 국민의 소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매매출은 6.7% 줄었다. 특히 수입이 크게 타격 받아 지난 1~2월 전년 동기 대비 37.9% 감소했다.
정부의 재정상태도 좋을 리 없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러시아의 재정적자 증가율이 정부 예상치인 3.7%에서 4.4%로 높아질 것이라고 지난 17일 내다봤다.
그러나 루블 가치 하락으로 러시아산 제품은 수입품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됐다. 올해 1분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기보다 14.6% 감소했다. 그러나 식료품 생산은 3.5% 증가했다. 수입품 대체가 가능하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입증된 셈이다.
문제는 살아나는 루블 가치가 러시아의 자체 성장을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루블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성적을 거둬 가치가 달러 대비 16% 상승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장관은 "달러당 50루블대가 환율 적정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7일 엘비라 나비울리나 CBR 총재는 "기준금리를 언제든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루블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루블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져 평가절화에 따른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CBR가 외환 매입으로 루블 환율을 떨어뜨리고 외환보유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소하던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중순 감소세에서 벗어나 현재 3541억달러(약 382조3217억원)에 머물러 있다.
이에 러시아 경제를 다소 낙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S&P는 올해 러시아 경제가 2.6% 위축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블룸버그 예상치인 4.05%보다 훨씬 나아진 전망치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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