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대중교통요금 인상안 졸속 심의 논란, 4일 만에 상임위 통과..."시민 부담 크고 논란 많은 사안에서 '거수기 노릇' 비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심의 중인 서울시의회가 '졸속 심의' 논란에 휘말렸다. 서민 생활에 부담을 주는 대폭 인상인데다 버스ㆍ지하철의 적자 원인을 둘러 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별 다른 토론도 없이 사실상 하루 만에 시가 제출안 인상안을 통과시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20일 오후 상임위원회를 열어 시가 제출한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시의 인상안은 앞으로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 두게 됐다.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지하철 요금은 현행보다 200원오른 1250원, 간선과 지선버스는 1200원으로 각각 오르게 된다.
문제는 시의회 교통위원회의 심의가 졸속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시가 시의회에 대중교통요금 인상 의견 청취안을 회부한 날이 지난 16일이며, 교통위에 배정된 게 17일이었다. 주말이 끼었던 점을 고려하면 교통위는 거의 하루 만에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제출된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이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에서 3개월 만에야 가까스로 통과된 것에 비하면 그야 말로 '번갯불에 콩 구어 먹기' 수준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찬반 논란이 거셌지만 교통위 심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버스요금의 경우 인상의 근거가 되고 있는 원가 산정과 관련해 미검증ㆍ부풀리기 논란이 일었고, 지하철 요금도 무임승차 보다는 건설 적자가 원인이라는 반발이 있었지만 정작 교통위 심의에서는 단순 질의ㆍ형식적 당부만 있었다.
특히 이 안건이 교통위 심의를 통과하는 그 순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관련해 임종석 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요금 인상안 처리를 미루고 구조 개선부터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중 플레이' 논란도 일고 있다.
김경호 시 도시교통본부장의 언행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본부장은 당시 회의에서 "박원순 시장도 차제에 요금을 낮출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을 바꿔 보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원가가 낮아지면 교통요금도 낮출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심이 있다면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김 본부장이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와 지하철 9호선 혼잡 문제에 대해 "교통에 대한 재정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서 재정보조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답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요금인상을 제 때 했더라면 상왕십리역 사고도 지하철9호선 혼잡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임 부시장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만나서 구조개선을 요구하던 그 순간에 상임위 통과가 이뤄졌는데, 우리와 마주 앉아 있던 임 부시장이 그걸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의심된다"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으로, 대중교통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시의회가 이용자들인 시민을 기망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 시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기 싫어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장악 시의회가 유례없이 시민공청회나 시민여론조사 한번 실시하지도 않고 불과 4일만에 요금인상안을 통과시킨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시민을 위하기 보다는 서울시장과 사업자들을 위한 의회로 전락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서울지역 내 시민사회단체 및 이용자 시민들과 함께 이번 요금인상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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