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금과 같은 강력한 배출권 규제정책은 '굴뚝 막고 아궁이 불 때는 것'과 같다"(전경련 유환익 상무)
"환경규제 정책은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재계 관계자)
산업계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환경규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재계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 보전이라는 명분 앞에서 소극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전경련의 달라진 움직임이 향후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분위기와 올해 9월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하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어떤 식으로 산업계 의견이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경련은 1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홀에서 제1차 '전경련 환경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협의회는 배출권거래제 등 각종 환경 규제로 속앓이만 해오던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전경련이 만든 회의기구다.
이날 회의에서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상무)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분야 수출로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라 정부가 지금까지 제조업 육성이나 산업 활성화 정책을 펴왔는데, 지금과 같은 강력한 배출권 규제정책은 '굴뚝 막고 아궁이 불 때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굴뚝을 막는 것이 아니라 품질 좋은 환기구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이라고 유 본부장은 주장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환경정책이 에너지 효율화와 대체 에너지 연구를 위한 투자, 탄소배출 감축기술 개발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나 기술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지금처럼 벌금 부과식의 옥죄기 정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전국적 시행을 보류한 상황에서 국제 공조 없이 우리나라만 앞장서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더 줄이라는 것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닫으라는 얘기"라며 "지금처럼 배출권이 과소 할당된 상황에서는 생산 활동을 열심히 할수록 배출권 구매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로 생산을 줄여 배출권 장사를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감축 기술에 미리 투자한 것이 부메랑이 돼 배출 할당량을 적게 받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도 고용도 모두 어렵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를 주관한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불합리한 환경 규제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할 것"이라며 "배출권거래제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으로 언급한 일명 '화평법'(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등에관한법률)을 비롯한 각종 환경규제 이슈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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