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사실상 결렬되자 정부가 '차선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이달부터 개별기업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노동계의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내년 정년연장제도 시행에 앞서 임금체계 등 주요 현안을 정비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6개월 이상 공들여온 노동개혁이 실패로 끝날 경우 박근혜정부의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경이 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한국노총의 대타협 결렬 선언에 따른 정부의 공식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힌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앞으로 노사정 대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노사 간 의견접근이 이뤄진 내용과 공익위원안 등을 바탕으로 각 기업의 내년 임단협 교섭에 반영할 수 있는 자체적 개편안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을 설명할 예정이다. 대타협이 최종 결렬로 판단될 경우 택할 수 있는 일종의 차선책인 셈이다.
정부의 개편안은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등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연장제도와 직결되는 3대 현안 중심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통상임금은 대법원 판례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되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으로 이미 노사간 의견이 조율됐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자율에 맡기는 대신 행정지도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한 정부는 근로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한 재원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고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98만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해고기준 가이드라인, 취업규칙 변경 등이 어느 수준까지 포함될 지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이 매우 소중하지만 당장 4월 임단협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대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묵묵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타협이 22%에 육박하는 청년 체감실업률을 낮추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받은 점을 감안할 때, 먼저 테이블을 박차고 나선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와 정부, 노사정위원회까지 책임론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애초에 정부가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등 민감한 이슈들을 3개월만에 합의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향후 노정 갈등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이미 오는 24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반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기간 연장 등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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