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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뒷談]꽃보직 금통위원, 다른나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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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민간 추천제 없는데…한국은 대한상의 은행연합회서도 추천
靑 낙점인사 많아...독립성 전문성 논란, 내년 4월 4명 물갈이...벌써 줄대기

[금융뒷談]꽃보직 금통위원, 다른나라는 어떨까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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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가문의영광, 꽃보직, 신(神)이 숨겨놓은 감투, 전리품, 기항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 자리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거시경제를 전공한 학자에게는 가문의 영광이자 명예의 자리다. 정치권에서는 개국 공신들에게 나눠줄 '전리품(戰利品)'이고, 경제관료들이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전에 몸을 만드는 '기항지(寄港地)'라는 다소 심한말도 따라붙는다. "금통위원이 되겠다고 줄을 서는 사람이 한은 정문부터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줄 서 있다"는 농담은 금통위원 선임 시기만 되면 흘러나오는 얘기다.


내년 금융통화위원회가 큰 폭의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2018년 5월까지 임기가 남은 함준호 위원을 제외하면 하성근ㆍ문우식ㆍ정해방ㆍ정순원 위원 등이 내년 4월 교체된다. 금통위 전체 7명 중 절반을 넘는다. 아직 임기가 1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전ㆍ현직 경제관료를 비롯해 학계에선 줄대기가 한창이다.

금통위원은 매력적인 자리다. 기준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데다 국내외 경제의 흐름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임기 4년이 법으로 보장되고 연봉도 3억원이 넘는다. 사무실과 개인비서, 대형 승용차가 나온다. 권한도 막강해서 매달 기준금리 결정으로 수백조 원에 이르는 시중의 돈을 주무를 수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 선임이 전문성과 중립성에 대한 검증 없이 권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는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 중 한국은행만이 유일하게 민간단체(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은행연합회)가 위원을 추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과거 일본은행도 민간업계대표(4인)가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재무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1997년 일본은행법 개정을 통해 민간 추천제가 폐지됐다. 다른나라의 경우 금통위원의 임명권자는 대통령, 수상 또는 국왕 등 국가수반인 경우가 많다. 캐나다중앙은행과 같이 중앙은행 이사회가 위원을 임명하는 사례도 있다. 당연직 위원 이외의 위원(임명직 위원)은 대개 정부나 중앙은행의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살펴보자. 연준 위원은 총 12인. 의장, 부의장, 이사 5인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외 뉴욕연준총재와 지역연준총재 4명이 있는데 이들은 지역연준이사회에서 선출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조금 다르다. 수상의 추천에 따라 국왕이 임명하는 총재와 부총재 2명을 포함해 총재가 재무부장관과 협의해 임명하는 이사2명, 재무부장관이 임명하는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돼있다.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의회 양원의 동의를 얻어 내각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총재, 부총재 2명, 심의위원 6명이 모두 이런 절차로 뽑힌다. 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회는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 17인과 유로지역 각료이사회가 정책위원회와 협의해 후보자를 추천, 유럽의회 청문회를 거친 후 유럽 이사회가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캐나다중앙은행의 총재와 수석부총재는 총리가 승인한 후 이사회가 임명하고, 부총재 4명도 이사회에서 정한다. 호주 중앙은행은 총재와 부총재, 비상임위원 6명을 모두 재무부장관이 임명한다. 이러한 논란 때문에 지난해에는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표 발의로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은행연합회의 금통위원 추천권을 폐지하고 국회가 2인을 추천하자는 내용이 발의됐으나 정부와 여당이 반대로 보류된 바 있다.


정부와의 독립성을 견지하기 위해 민간 추천을 받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뽑히는 경우가 많아 금통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둘 다 놓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하성근 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 정해방 위원은 MB정부 시절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출신이다. 한국은행 총재 추천을 받은 문우식 위원은 'MB 대선캠프 정책고문'을 맡은 이력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통위원들이 '위원회' 조직 뒤에 숨어 제대로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비춰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당연직인 총재, 부총재와 금통위원 5명이 매달 한 번씩 본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7명은 각자 1표씩 대등하게 행사해 의사결정을 한다.


이 때문에 의사록이 아닌 실명을 공개한 '속기록'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앙은행 중에서 속기록을 공개하는 경우는 미 연준과 일본은행이 있다. 두 나라도 통화정책 결정회의 후 5년과 10년의 비교적 장기간의 시차를 가지고 속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위원 한명한명에게 법적으론 1/n의 결정권을 주지만 관행적으로는 의장에게 1/n 이상의 권한이 주어지게 마련"이라면서 "모든 위원회 조직의 문제인데 밖으로는 위원회 조직이 갖는 의사결정의 책임을 의장이 홀로 짊어 지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도 대체로 의장의 권한에 따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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