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 이상 경력…단체보험ㆍ방카ㆍ은퇴설계 전문가 활약
삼성생명 신입 기업재무컨설턴트 ,월 평균 10명 중 2명이 은행원 출신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지난해 말 명예 퇴직한 50대 초반의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 B씨는 지난달 보험사 신입 기업재무 컨설턴트에 지원했다. 심층면접을 통해 선발된 뒤 이달부터 기본 설계사 교육과정과 기업재무 컨설턴트 전문과정 교육을 받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법인 기업들을 상대로 재무 컨설턴트 영업을 시작한다.
# 50대 중반에 접어든 시중은행 지역본부장 A씨는 임기 연장을 하지 못하고 30년 가까이 일해온 회사를 떠나야 했다. 수개월간 쉬면서 재취업은 막막했다. 다행히 기회가 찾아왔다.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영업을 강화하려는 보험회사에 취직한 것이다. 연봉은 은행 근무 시절의 25% 수준에 불과했지만 의욕을 되찾았고 우수한 실적도 올렸다. 3년이 지난 현재 A씨는 은행과 보험업계 양쪽에서 쌓은 경험을 인정받아 다른 금융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퇴직 은행원들이 보험사로 이직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 영업 가운데 단체 보험과 방카영업, 은퇴설계 등에서 퇴직 은행원들의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년 또는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50대 중후반들로 주로 지점장급 이상의 경력을 갖췄다.
삼성생명 서울중앙법인지역단의 경우 월 평균 10명 정도의 신입 기업재무 컨설턴트를 뽑는다. 이 중 2명 정도가 은행원 출신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서울중앙법인지역단에 기업재무컨설턴트 심층면접을 보러온 은행원 출신도 10여명이다. 금융권 출신 지원자 가운데 가장 많다.
기업재무컨설턴트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재무컨설팅, 종업원복리후생제도 설계, 경영진의 퇴직ㆍ은퇴플랜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은행원 출신 재무컨설턴트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기본적으로 높고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와 실전 적응력도 좋은 편"이라며 "은행원 출신이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주로 중소기업체 영업을 담당했던 지점장 출신이거나 법인영업쪽 경험이 많은 인력들이 보험영업에서도 능력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측에 따르면 기업재무컨설턴의 월 평균 소득은 400만원 수준으로 은행 지점장 출신은 물론 대기업 임원ㆍ부장급, 중소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들이 다수 활동 중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고품격 은퇴설계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시니어클래스' 재무컨설턴트를 발족했다. 현재 활동 중인 재무컨설턴트 50명 가운데 13명이 은행원을 포함한 금융권 출신이다.
시니어클래스 재무컨설턴트는 은퇴준비가 필요한 5060 최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은퇴설계 중심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직장 20년 근무 경력의 55세 전후 남성이다. 기본교육 2개월과 시니어클래스에 적합한 특성화된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서 활동한다.
은행들이 저금리ㆍ저성장 상황에서 비상경영을 위해 희망퇴직을 본격화한 가운데 보험사로의 지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희망퇴직자 310명, 270명을 내보냈다. 우리은행 지난달 말에 희망퇴직자에 250명 정도가 신청했다.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다. 씨티은행도 지난해 희망퇴직자 650명을 내보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나 단체보험 등의 영업 활동에서는 은행 간부 출신들이 확보하고 있는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며 "퇴직 은행원들에게도 보험사로의 재취업은 인생 2막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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