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실현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취임 한달만에 제시한 정책 비전에 대한 모 중소기업체 대표의 반응이다. 박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직속 중소기업경제구조위원회 설치 ▲중소기업 경쟁력우위업종 지정 ▲글로벌 청년창업 멘토링 추진 ▲통일대비 전담기구 설치 ▲협동조합 공동구매회사 설립 등 업계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30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중기경제구조위원회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부가가치 창출 환경을 만들려면 중소기업이 경제정책의 중심이 설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취임 직후부터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사안이다.
박성택 회장은 "최근 학계, 중소기업 관련 단체와 이야기를 나눠 (구조위원회 설치에 관해)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꾸기 위한 기본조치로 이게 해결되면 향후 세부적인 내용은 쉽게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불황으로 중소제조업 10곳 가운데 6곳이 정상가동을 못하고 있고, 업체 44%가 원활한 자금조달에 실패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설문에서 응답 중소기업 67.4%가 향후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투자 확대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기업 재벌들이 3세, 4세로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이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조직'에 관한 문제에서 중앙회가 너무 일방통행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중앙회 내부적으로도 여당 및 정부부처와 충분한 사전 조율없이 카드를 꺼낸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익명을 전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데 별도의 정부기구를 언급한 것은 방법에 있어 적절치 않다는 생각도 든다"며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진행해야할 문제"라고 짚었다.
글로벌 청년창업 지원 부분도 이상적인 접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00개 제조 중소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미취업 청년들을 양성시켜 글로벌 창업가로 육성하겠다는 것인데 수요자와 공급자간 시각 차를 무시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모 취업포털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중소ㆍ중견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4개월 정도로 30대 그룹 근속연수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새내기 직장인들의 경우 10명 가운데 6명이 2년 이내에 중소기업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자신의 미래를 중소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점점 더 농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의 체질이 개선되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다.
박 회장이 제시한 비전 자체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중소기업 나아가 한국경제가 제대로 성숙 발전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할 과제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다만 이를 공론화하는데 있어 다소 성급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뭐든지 급하면 체하게 마련아닌가.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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