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시절 서울시, 9호선 초기 차량 구입 민자사업자에게 이례적으로 떠넘겨...내구연한,안전문제 때문에 대부분 공공부문 자체 구입...결국 지옥철 원인 된 '4량짜리 초미니 열차' 원인 제공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최초 개통 당시 투입된 차량 구입을 민자사업자에게 떠넘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9호선의 극심한 혼잡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4량짜리 초미니 열차'의 책임이 시에 있다는 얘기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명박 시장 시절인 지난 2005년 민자사업자와 지하철 9호선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1단계 개통에 필요한 차량 구입을 민자사업자에게 맡겼다. 이에 따라 민자사업자는 1단계 개통에 투입할 차량을 96대로 잡고 1191억원을 들여 구입했다. 1대당 12억원 가량을 투입한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민간사업자가 지하철 차량 구입을 전담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관련업계 등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하철의 핵심장비인 차량 구입을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민자사업자에게 맡기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안전 문제와 내구성 등 때문에 장기간 시설 투자로 보고 공공부문에서 구입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고속철도나 다른 지하철 노선의 경우에도 철도차량은 모두 공공부문에서 발주를 해 구매하게 마련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도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 뿐만 아니라 지하철 9호선의 경우도 개통 이후엔 2012년 48대(2차) 차량 구입. 지난달 발주한 20량, 곧 발주하는 50량 등 추가 차량 구매를 시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이례적인 일처리는 민자사업자의 차량 구입 예산 축소로 이어졌다. 그 결과 중전철인 9호선에서 인천지하철1호선 등 경전철 수준인 4량짜리 '미니열차' 운행 사태를 초래했다. 민자사업자 측이 최소수입보장(MRG) 논란 속에서 정부ㆍ서울시가 재정낭비를 막기 위해 이용객 예측치를 하루 50여만명에서 25만명 수준으로 절반 가량 축소하자, 이에 대응해 차량 구입 및 승강장 설비 예산도 줄여 4량짜리 초미니 열차를 도입한 것이다.
4량의 미니열차 운행으로 인해 9호선의 1편성당 승객 수송량은 지하철 1~8호선의 1300명 안팎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연장선 개통 전후 출근 시간대 160명이 탈 수 있는 차량 1대에 400여명이 탑승하는 등 심각한 혼잡을 초래한 이유인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은 초기 설계와 시공이 매우 중요하며 버스처럼 수요에 맞춰 즉각 배차를 늘리거나 노선을 다양화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한계"라면서 "민자사업의 구조적인 특성을 간과하다가 결국 이용하는 시민이 피해를 입은 사례로 추진하는 전철망 확충사업 등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투자자들은 지하철 9호선 공사비 3조5688억원 가운데 약 18.51%에 불과한 지하 승강장 설비비와 차량 구입비 등 6631억원을 투자해놓고도 30년간 임대 후 기부채납 조건으로 운영권을 행사했다. 2013년 과도한 운임 인상 요구 등으로 시와 마찰을 빚다 결국 국내 자본 위주로 교체됐으며, 운영권은 시가 환수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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