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노인의 삶이 다시 확인됐다. 돈 없고, 병들고, 외롭다. 생계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노동을 해야만 하는 팍팍한 삶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노인들의 실상이다. 가난한 노인은 많지만 정부의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유례없이 빨라 대규모 '노인 난민'이 생길 수도 있다. 자식들에게 부양의무를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노후 대비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28.9%)은 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8명(79.3%)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한다. 노인들은 또한 자식들과 떨어져 산다. 10명 중 7명(67.5%)은 집에서 노인 부부 또는 혼자 산다.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비율이 54.7%(1994년)에서 20년 만에 28.4%로 반 토막 났다. 자식의 봉양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자식을 키우느라, 우리 사회와 산업을 발전시키느라 힘들게 평생을 보낸 노인들의 심신은 지치고 병들어 있다. 89.2%가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외롭고 곤궁한 삶을 사는 탓에 3명 중 한 명꼴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생각해봤고, 그중 12.5%는 자살을 시도했다.
노인들의 이런 암울한 삶의 현실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더 나빠질 공산이 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노인 증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돼 있는 사안이어서 더욱 그렇다.
복지부는 실태결과와 함께 기초연금지급과 노인 일자리 창출, 만성질환 등의 건강검진 지원, 자원봉사클럽 지원 등 맞춤형 성격이 강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람직하지만 이 같은 지원책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잘 스며들지는 의문이다. 재원조달 문제도 있고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도 앞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정책 안에서라도 우선 순위를 정해 시급한 일부터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락도 없는데 그런 자식이 있다고 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하는 식의 일은 없어야 한다. 선진국을 말하면서 노인들이 불행하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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