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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전투 기록 상당 부분 부실 혹은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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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측 ‘임진난의 기록’이 상황 묘사 구체적이고 사실에 더 가까울 것으로 추정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유성룡의 ‘징비록’은 전투 기록이 부실하다.


또 그랬을 법하지 않은 대목이 보인다. 탄금대 전투 기록이다. 수집됐거나 참고할 증언이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현장 정보를 중시하지 않았다. 조선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주고받는 데 있어서 얼마나 낙후됐는지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나흘 만에서야 한양의 조정이 이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실을 왜곡해 전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통신사 김성일이 일본을 다녀온 후 한 보고가 대표적이다. 임진왜란 중에도 허위 보고가 흔히 빚어졌다.

‘징비록’ 전투 기록 상당 부분 부실 혹은 허구 사극 징비록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위)와 고니시 유키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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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포 전투
유성룡은 “절영도에 사냥 갔던 부산 첨사 정발이 왜적의 침략을 보고받자 허겁지겁 성으로 돌아왔다”며 “성이 삽시간에 함락됐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측 기록인 ‘임진난의 기록’은 부산포 전투가 치열했다고 서술했다. 왜군은 새벽 3~4시에 공격을 감행했고 조선의 600여 전투병력은 매우 용감하고 과감하게 저항했다. 왜군은 성벽을 타고 침입했고 양측은 성 안에서 두 차례 전투를 벌였다. 양측은 모두 전력을 다 해 싸웠다.


‘임진난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군 가운데 총대장이 가장 먼저 전사했다. 조선군은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고 거의 모두 목숨을 잃을 때까지 싸웠고 소수만 포로가 됐다.


#2. 동래성 전투
유성룡은 “동래성이 남문에 올라 반나절 버티며 지휘하던 송상현의 노력도 헛되이 성은 함락되고 말았다”고 적었다. 이어 “왜적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송상현은 자리에 앉은 채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왜적의 칼에 찔려 죽었다”고 전했다.


‘임진난의 기록’은 더 생생하다. 왜군은 저녁 무렵 공격에 나섰다. 긴 사다리를 걸치고 성벽을 올라갔다. 조선군은 격렬히 저항했다. 화살을 빗발치듯 쏘고 기왓장을 날렸다. 왜군은 깃발을 한 손에 치켜들고 올라가 조선 궁수의 시야를 가렸다.


성안에서 두 차례 전투가 벌어졌다. 동래성 장수를 포함해 조선군 5000명이 전사했다. 왜군은 100명이 사망했다.


#3. 충주 전투
유성룡의 ‘징비록’에 따르면 신립 장군이 충청도의 모든 군사를 모으니 8000명이 됐다. ‘징비록’은 신립이 조령을 방어하려다 이일이 패전했다는 소식에 충주로 방향을 돌렸다고 전했다.


유성룡은 신립이 탄금대 앞 두 강물 사이에 진을 쳤고 이곳은 말과 사람이 움직이기 어려운 곳이라며 전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적이 양쪽을 폭풍우치듯 공격하자 신립이 말을 타고 적진에 돌격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말머리를 강물 속으로 돌려 죽고 말았다. 병사들도 신립을 따라 강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서도 일본측 기록이 더 구체적이다. 조선군은 달 모양의 전투 대형을 갖추고 일본군을 포위하려고 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조선 진영의 양쪽을 조총으로 사격하며 공격했다. 조선군은 물러났다가 다시 공격에 나섰지만 조총과 대검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다시 밀렸다. 도망가던 조선 병사들은 강에 가로막혔고, 건너갈 배가 없어 대부분 익사했다.


일본측은 조선군 상급 병사가 매우 용감했다며 한 기마 조선 장수를 생포해 살려주겠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목을 가리키며 자르라고 했고 결국 일본군은 그의 뜻에 따라 이 장수의 목을 베었다고 기록했다.


일본측 기록은 전공을 평가받기 위해 조선군의 용맹했다는 측면에 기울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성룡의 기록에 비해 구체적이고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짐작된다. 이 방증을 몇 가지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신립 장군이 탄금대에 진을 쳤다는 ‘징비록’의 기록이다. 탄금대는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작은 동산으로 당시 전투가 벌어지기에는 너무 좁았다. 이와 관련해 역사학자 이희진은 최근 써낸 책 ‘징비록의 그림자’에서 “신립 장군은 달천평야에 진을 치고 왜군을 공격했다가 달천 쪽으로 밀렸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징비록’ 전투 기록 상당 부분 부실 혹은 허구 .


다른 한 가지 방증은 순찰사 김수가 허위 보고한 일과 그 이후 이야기다. 이는 당시 사실 왜곡이 드물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를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용궁 현감 우복룡은 병영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가다 영천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양 군사 수백명이 북쪽으로 행군하고 있었다. 우복룡은 “너희 태도를 보니 반란을 일으키려는 군사들이 틀림없구나”라고 말했다. 병사들이 공문을 보였지만 우복룡은 자신의 병사들을 시켜 행군하던 병사들을 모두 죽이게 했다.


김수는 우복룡이 공을 세웠다고 거짓으로 보고했고 우복룡은 당상관으로 승진돼 안동 부사에 임명됐다. 이후 하양 군사들의 가족들이 조정의 사신들을 만나기만 하면 원통한 사정을 울음으로 토로했지만 이미 이름이 높아진 우복룡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수는 어떤 인물인가. 부산포에 이어 동래성이 무너지자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가 겨우 생각해낸 게 격문이었는데, 그 내용은 “모두 도망치라”는 것이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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