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17건 고의사고 내 보험금 13억원 타낸 20명 적발
'번호세탁' 정상차로 위장 '고의사고'…미수선수리비·차량번호 보험 가입 '악용'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A씨는 2009년 수리비가 차량가액을 초과해 보험사가 매각한 '전손처리' 재규어 한 대를 저가에 구입했다. 이후 차량번호를 변경해 정상적인 차량인 것처럼 위장한 뒤 차량가액 4093만원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그해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3번의 고의사고를 냈고,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명목으로 총 1억2700만원을 타냈다. 보험금 전액 수리가 끝나기 전에 받은 '미수선 수리비'로, 차량가액의 3배를 상회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년간 전손처리된 외제차량 중 차량번호가 바뀐 차량의 사고 이력과 보험가입내역 등을 확보해 정밀 분석한 결과, 고의적으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받아 챙긴 20명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전손 외제차 13대를 저가에 구입한 뒤 차량번호를 변경해 사고이력을 알 수 없게 한 후, 총 117건의 고의 사고를 내 13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한 사람당 평균 5.8건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 6500만원을 타낸 셈이다.
수법은 A씨와 유사했다. 출고 후 5년이 지난 중고 전손 외제차를 취득가액에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 평균 잔존물 매각가는 1563만원이지만 자차보험 가입금액은 3661만원에 이르렀다.
그 뒤 경미한 사고를 일으켜 미수선 수리비로 보험금을 현금 수령해 초과이득을 취했다. 13억원 중 대인보험금은 6000원으로 전체 보험금의 4.9%에 불과하며, 차량수리비 12억3000만원 중 미수선 수리비로 현금 수령한 금액은 10억7000만원으로 수리비의 82.2% 차지했다.
또 반복적인 차량사고를 일으켜 차량가액(5억1000만원)에 2.4배의 차량수리비를 타냈다. 더불어 총 117건의 사고로 타낸 12억3000만원은 차량(잔존물)구매가격 2억원의 6.2배에 해당한다.
특히 혐의자 중 일부는 정비업체 관계자이거나 중고차 딜러와 연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 20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보험회사에 자차보험 계약인수와 보험금지급 심사 시 시스템을 통해 차량번호 변경과 사고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업무절차를 개선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는 보험회사의 일부 미수선 수리비 형태의 지급관행과 자차보험 가입 시 차대번호가 아닌 차량번호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라며 "중고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보험사기는 반드시 적발돼 엄중 처벌된다는 인식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개발원은 이달 중 보험회사가 자차보험 계약인수와 보험금 지급 시 차량번호 변경이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 차량번호 이력별 사고조회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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